[영화'플레전트빌']사랑-온기로 가득찬 파라다이스
기사입력 1999년 04월 06일 15시 23분
한번쯤 꿈 꿔보는 세상. 화를 낼 일도 없고, 슬픔도 없고, 무질서도 없는, 그야말로 낙원같은 세상이 있다면.
이런 유쾌한 상상에서 출발한 판타지무비 `플레전트 빌(Pleasant Ville)'이 국내관객을 찾아온다.(10일 서울극장)
온기와 사랑이 넘쳐나는 마을, `플레전트 빌'. 영화 속에 등장하는 `플레전트 빌'은 이혼한 부모, 번번이 실패하는 연애, 치열한 경쟁 속의 학교 등에 지친 주인공 데이빗(토비 맥과이어)이 유일한 안식처로 생각하는 TV속의 흑백시트콤 배경 마을이다.
여동생 제니퍼(리즈 위더스푼)와 TV리모콘을 놓고 다투다 TV속의 `플레전트 빌'로 떨어지는 데이빗.
흑백시트콤이니 모든 게 흑백이다. 데이빗과 제니퍼의 피부까지도.
그러나 데이빗은 평소 동경해오던 `플레전트 빌'의 주인공들을 만난 게 반갑기만 하다. 다만 평소 자유분방한 생활에 익숙해있던 제니퍼만이 20년대 의상과 헤어스타일, 사랑 표현조차 쑥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답답함을 느낄 뿐.
`플레전트 빌'의 아이디어가 가장 돋보이는 것은 흑백이던 마을과 마을사람들이 사랑이나 분노의 감정을 느끼면서 칼라로 변화하는 점. 흑백시트콤의 각본대로 움직이는 사람은 흑백상태이지만, 내면 깊숙히 잠재된 본능과 열정을 깨운 사람들은 칼라. 흑백과 칼라의 대비가 신선하다.
또 흑백과 칼라로 나뉜 사람들 간의 갈등을 열정으로 극복시키는, 재치있는 해피엔딩도 인상적.
인간의 꿈과 욕망을 감각적으로 풍자하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은 게리 로스 감독의 연출솜씨가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