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죽음의 드라이브 (9)
기사입력 1999년 04월 06일 14시 38분
"힐엔토(heel & toe) 알지? 액셀이랑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아 제낀 다음, 핸들을 꺾는 거야. RPM은 6000으로 유지해. 그 다음… 클러치에서 발을 떼면서 액셀을 밟는 거야.그럼… 후후！ 끼이익 소리가 들리면서 바퀴에서 연기가 나지. 그러고 튀어나가는 거야, 앞으로. 흐흐."
"미쳤어? 형！ 그걸 지금 하겠다구? 조심해！ 앞에 절벽이야. 으악！ 형！ 형！"
# # #
"오빠！ 속도 줄여. 앞에는 낭떠러지란 말야. 낭떠러지！"
그녀는 어느새 정신을 차렸는지 전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항상 내가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고 있었다.
"나도 알아. 여기서 따라잡지 못하면 안돼. 속도를 내는 거야."
앞에 달리는 빨간 차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있었다.
낭떠러지가 있는 코너로 무서운 속도로 달려나갔다.
나도 속도를 줄일 수는 없었다. 점점 코너가 다가오고 있었다.
"한번 해보는 거야. 형에게 배웠으니깐."
나는 결심을 했다.
"오빠！ 제발 속도를 줄여. 죽고 말 거야. 죽고… 악！"
# # #
"해보는 거야. 형처럼."
나는 가속 페달을 밟으며 때를 기다렸다.
바로 코너 앞에서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야만 따라 잡을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할 수도 있었다.
`끼이이이이~~익'
내 몸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엄청난 제동음과 동시에 몸이 앞으로 쏠렸다.
나는 형이 했던 그대로`힐엔토'를 했다.
RPM은 떨어지지 않았고, 출력도 줄지 않았다.
잘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핸들을 꺾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빨간 차와 함께 저 밑으로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나는 거의 직각으로 방향을 튼 후 동시에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형이 했던 그대로 였다.
그녀의 비명소리와 타이어의 마찰소리가 나의 귀를 자극했다. 나는 기쁨에 가득 찬 바로 그 순간에 뒤쳐진 빨간 세단을 바라보았다.
"허어억?！"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형이었다. 형의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죽은 형이었다. 나와는 별로 친하지도, 말도 하지 않았던 바로 그 형.
그러다 어느샌가 나의 곁을 떠나가 버린 형. 바로 그 형이었다.
나는 의식의 혼란 때문인지 신경의 차단 때문인지, 아니면 호흡의 곤란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머리가 멈춘 것을 느꼈다.
핸들을 놓아버렸다. 차가 빙글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형의 얼굴을 다시 보려고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무엇인가 쇳덩어리가 우그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머리가 목에서 떨어져 나가버릴 것 같은 느낌과 동시에 자동차의 핸들이 흉부로 파고들었다.
아주 잔인하게도 귀에 '우드득' 소리가 들려왔다. 머리가 차 앞 유리창에 처박혔다.＜계속＞
글·오지현(아이디 starswan)/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