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통신] 서서 '볼일' 보는 여자들 진풍경
기사입력 1999년 04월 06일 14시 12분
어제 받은 충격이 여태 가시질 않는다.
세상엔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며 특히 오지탐험가들이 전하는 아프리카나 아마존의 별스러움과 신비로움은 다른 대륙 사람들에게 문화적 충격과 함께 재미를 주게 마련이지만 어제의 일은 그리 간단치가 않았다.
우루과이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은남디 아지키웨스타디움으로 갈 때였다.
차창밖의 풍경이야 변함없이 `푸른 건 나무요, 붉은 건 흙이요, 검은 건 사람'.
어디 쯤이었을까.
하얀 원피스 차림의 정숙해 보이는 젊은 여자가 치마 앞자락을 걷어올린 채 대로변의 높다란 블록벽을 향해 서 있었다.
놀랍게도 `볼일'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곳에서야 길거리서 `큰일, 작은일'을 처리하는 게 대수는 아니지만 그 젊은 여자는 분명 `서 있었다'.
나중에 한국팀을 응원하러 온 라고스 교민에게 설명을 듣고서야 무릎을 쳤다.
나이지리아에선 환경적인 특성상 성별, 지역별 `일처리' 자세가 조금씩 달랐던 것이다.
하우사（HAUSA）족이 분포돼 있는 북쪽 사막지역에선 남녀 모두 앉아서 소변을 본다.
오물이 튀어 옷을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앉게 됐다고 한다.
요루바（YORUBA）족이 사는 서부는 정상적인（?） `남립여좌（男立女坐）'형.
이보（IBO）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에누구를 중심으로 한 동부의 경우 남녀 모두 선다.
동부는 무성한 풀 때문에 앉기가 쉽지 않다보니 여자들까지 서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이곳에선 `서서 볼일도 못 보는 여자'라든가 `앉아서 볼일 보는 동물' 따위의 성차별적, 성희롱적 표현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한데 `어떻게 여자가 서서 일을 볼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은 여전히 남는다.
그건 남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그 같은 일을 본 적이 없는 이방인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매일같이 운동장을 오가는 한국 선수들도 분명 `서 있는 여자'를 봤을 것이다.
승부에 집중해야 될 그들이 `어떻게 여자가 서서…' 따위의 불필요한 고민을 하지 않도록 이보족의 일처리 방법에 대해 누군가가 설명을 해줘야 될 것 같다.
[에누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