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 우태일 - 갈곳없어 다시 대학으로
기사입력 1999년 04월 06일 14시 12분
럭비 국가대표팀의 우태일（24．단국대）은 요즘 대학을 두번째 다닌다.
지난 2월 단국대 행정학과를 졸업, 학사학위를 받았던 그는 한달 뒤 같은 대학 스포츠과학부 3년에 다시 편입했다.
운동에 전념하는 통에 겨우 졸업학점을 따냈던 그의 학구열이 뒤늦게 발동한걸까.
우태일은 속칭 `저주받은 95학번'.
졸업장은 받아들었지만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게 두번째 대학생활이다.
방콕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까지 우태일의 진로는 확고했다.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할 계획이었던 것.
그러나 지난해 12월 13일 태국 방콕 로얄 아미 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아시안게임 15인제 럭비 결승은 그의 진로를 바꿔놓았다. 상대는 불과 1주전 7인제에서 금메달을 놓고 맞붙었던 일본.
전반 16분만에 일본 수비진을 40m나 헤집으며 첫번째 트라이를 성공시킨 우태일은 14－17로 뒤지던 경기종료 7분전 루즈볼을 따내 역전 트라이로 연결했다.
드라마같은 승리의 주역으로 감격적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병역 면제를 받은 그를 받아줄 실업팀이 없었던 것.
삼성전관 포항도금강판 한국전력 등 국내 3개 실업팀 중 대졸 선수 보강의사를 밝힌 팀은 포항도금강판 뿐이었고 이미 입단 선수를 확정지은 상태였다.
선수생활을 위해 상무 입대까지 검토했던 우태일은 다행히 단국대가 학사편입을 받아들여 간신히 `무적（無籍）인생'을 벗어날 수 있었다.
"럭비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합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뚫고 따낸 금메달이 진로를 틀어버렸지만 우태일은 여전히 럭비를 사랑한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