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강우석-부자도 존경받는 사회됐으면‥
기사입력 1999년 04월 06일 14시 12분
영화제작자가 개봉전날 `잠 못이루는 밤'을 보낸다는 건 옛말이다.
요즘엔 개봉 3일전이면 답이 나온다.
예매 스코어만 분석해보면 개봉날 관객숫자를 거의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때문에 개봉 이틀전에 영화사 사람들과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면서 "이번 영화는 포기하고, 다음작품을 준비하자"고 말할 때도 있다.
흔히 `흥행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뚜껑을 열기 직전'에 이미 결과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나는 영화흥행은 첫 인상에서 많이 좌우된다고 믿는 사람중의 하나다.
첫 인상에 대한 평가는 내 경험상 70% 정도가 맞는다.
`넘버 3' `여고괴담' `편지' 등은 제목과 아이템부터 흥행감이 와서 투자를 했던 영화였다.
`정사'와 `미술관 옆 동물원'은 아리아리했는데 흥행성적이 좋았다.
반면 `마요네즈'는 잘될거라고 생각했는데 흥행성적이 기대에 못미쳤다.
흥행이 잘될 때 극장앞에 나가면 축하인사를 많이 받기 마련인데 그중엔 `잘못된 말'도 있다.
"강감독 돈 많이 벌겠네"가 그것이다.
"강우석이 돈 많이 벌겠네"란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강우석이 있는 영화사가 돈 많이 벌겠네"라고 말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내가 운영중인 시네마서비스 영화사의 모태가 된 강우석 프로덕션 시절 `투캅스'와 `마누라 죽이기'를 하면서 30억원 정도를 벌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면 그 돈이 내 적금통장이나 땅문서로 그대로 보관되어 있냐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공동작업이다.
영화로 번 돈은 대표 혼자의 몫이 아니다.
또한 영화로 번 돈은 영화에 재투자되어야 한다.
우리의 잘못된 기업문화는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살아남는다"는 말까지 만들어놓았다.
사람들은 은연중에 기업은 없어져도 사장은 평생 먹고 살 것을 다 챙겨놓았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겐 돈은 버는 대로 챙겨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듯하다.
고스톱판에서 돈을 따는대로 틈틈이 지갑에 챙겨놓고 집에 갈 때 "딴 거 하나도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직 우리 사회에선 돈 많이 번 사람은 무조건 왕따가 된다.
돈 번 사람에 대한 불신의 골이 너무 깊다.
투명하게 돈을 모았다면 돈 많은 게 결코 비난받을 일은 아닐텐데 말이다.
나는 종종 영화사 직원들에게 자금의 흐름을 모두 알고 있으라고 말하곤 한다.
`이 영화로 얼마를 벌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으라는 말이다.
그래서 직원들 모두가 회사를 키워나가는 재미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그래서 세금도 많이 내고 싶다.
그리고 여기에 한가지 덧붙이자면 세금 많이 낸 사람이 존경받는 세상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 [영화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