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통신] 태극기 거꾸로 게양 끝없는 수난
기사입력 1999년 04월 06일 13시 52분
◇말리가 에상을 뒤엎고 우루과이를 꺾었다.
말리는 5일（이하 현지시간） D조 예선 첫 경기서 카마라와 디사가 2골을 합작, 골게터 체반톤이 분전한 우루과이를 2대1로눌렀다.
말리는 후반 6분만에 카마라의 헤딩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14분 스트라이커 코울리바리가 퇴장당하면서 수세에 몰리기 시작, 급기야 20분 체반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경기종료 직전 디사의 천금같은 토우킥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한편 스피드와 골 결정력이 뛰어난 말리의 코울리바리는 이날 퇴장으로 남은 포르투갈과 한국전에 뛸 수 없게 됐다.
◇관중석에 앉아 말리-우루과이의 경기를 지켜본 조영증 감독은 다음 상대인 우루과이에 대해 "수비가 무척 견고한 팀"이라고 분석했다.
우루과이를 2대1로 제압한 말리의 선전에 대해서는 다소 의외인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유연성이 뛰어나고 하체가 길어 패스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번번이 차단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과 김문수 나이지리아 대사가 한국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정회장은 말리-우루과이의 첫 경기를 관전한 뒤 한국 기자단을 찾아 "우루과이가 시종 수비만 하는 걸 보니 우루과이 감독이 특이한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과 포르투갈전이 벌어진 이날 스타디움엔 현지 교포들과 대우건설 나이지리아 지사 직원및 포트하쿠트 지사에 근무하는 현지인 등으로 구성된 총 200여명의 응원단이 본부석 건너편에 포진, 태극기를 흔들며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버스 4대에 7명의 호위경찰을 앞세워 포트하쿠트에서 4시간반을 달려 이곳 에누구에 도착한 응원단은 `I LOVE KOREA', `VIVA KOREA' 등 격문을 적은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종 태극기를 흔들며 "코리아"를 외쳤다.
이들은 또 트럼펫, 종, 나무상자에 양가죽을 씌운 북 등 다양한 응원도구를 갖고와 한국 선수들의 사기를 돋우기도 했다.
응원단을 이끌고 있는 대우건설 포트하쿠트 지사의 황동호 과장은 "우루과이전과 말리전에 대비한 응원단도 다 준비돼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만 있다면 뭘 못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태극기가 경기장 국기 게양대에 거꾸로 매달리는 수모를 겪었다.
태극기를 제대로 알지 못한 조직위원회측에서 아래위를 뒤집어 게양, 태극의 붉은 부분이 아랫쪽으로 내려오게 걸린 것.
조직위측은 한국측의 항의를 받고 부랴부랴 제대로 고쳐 게양했다.
태극기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선수단 입장 때도 재현됐다.
선수들에 앞서 입장한 태극기가 이번엔 아래위가 아닌 좌우가 바뀐 채 그라운드에 등장한 것.
여기에다 국내에 생중계된 경기의 화면엔 태극기 대신 북한의 인공기가 등장하는 일까지 벌어져 모두를 놀라게 했다.
조직위측의 실수도 문제지만 그들에게 태극기에 대한 지식을 사전에 숙지시키지 못한 대한축구협회의 소홀함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이 포르투갈에 1대3으로 패한 뒤 조영증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채 곧장 숙소인 니케 레이크리조트호텔로 돌아가 회견장에 모인 각국 기자들을 당혹케 했다.
포르투갈 페레이라 감독의 회견이 끝난 뒤 의당 조감독이 들어올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던 각국 기자들은 20분을 기다려도 끝내 조감독이 나타나지 않자 "대체 어찌된 영문이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 포르투갈 기자는 "이곳에 와서 한국감독을 인터뷰했는데 참으로 온순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일이 생기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했다.
하지만 조감독은 기자회견 일정을 통보받지 못했을 뿐 고의성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과 함께 니케 레이크리조트호텔에 묵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이 통신문제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 호텔엔 D조 4개국 선수단이 모두 투숙, 전화 사용량이 많은 데다 150개의 전화 회선이 설치되어 있지만 교환원이 단 1명이라 업무가 거의 마비상태에 이른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