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죽음의 드라이브 (8)
기사입력 1999년 04월 05일 15시 28분
난 어이가 없었다.
달린다는 것. 더 빨리 달린다는 것. 그것 때문에 사람이 얼마나 죽는지 알려준다면 그가 달리는 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
"달리지 않으면 죽는 거야. 달리지 않으면…."
형은 마침내 저만치 앞선 차를 추월해 나아갔다. 그때 그의 표정은 세상에서 그 어떤 표정보다 즐거워 보였다.
"바로 이거야. 이렇게 달리다 죽을 거야.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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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 유리창을 바라보는 것과 동시에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기어를 조작했다.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RPM바늘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오빠！ 뭐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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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계는 다시 치솟아 올라갔다. 형은 달리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그는 그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형은 빨리 달리면 달릴수록 더욱 그것을 원했고,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했다.
형이 죽었을 때 내가 별로 슬퍼하지 않은 것은 바로 그 이유에서였다. 형은 그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죽은 것이다. 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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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긴? 달려야지."
내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차를 멈춰. 미쳤어?"
그녀가 소리쳤다.
"멈추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야말로 미친 거야. 멈추면 죽는 거라구. 달리지 못하면 죽는 거라니깐."
나도 그녀에 맞서 소리쳤다. 그녀의 말도 안되는 소리에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도 나의 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의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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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형은 정신착란입니다. 내버려두면 무슨 일을 할 지 모릅니다. 정말입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는 지극히 정상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당신도 이상하군요. 당신도 한번 검사를 받아봐야겠습니다."
"미친 X 같으니라구. 의사면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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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그게 무슨 소리야. 속도를 줄이란 말야. 140㎞잖아. 죽고 싶어?"
그녀가 미친 듯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너야말로 조용히 해！ 나한테 소리지르면 그 입을 틀어막아 버릴 거야."
나는 입과 몸을 따로 놀렸다. 입은 소리치고 있었지만, 온 신경은 앞에서 나를 조롱하는 빨간 스포츠 세단을 쫓고 있었다. 어느새 우리 차 뒤와 옆에 있던 차는 보이지 않았다.
나를 쫓아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나는 내가 지독히도 싫어하는 형에게 운전을 배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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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잘 봐. 내가 오늘 스핀 턴을 보여 줄 테니깐. 잘 보고 배워."
"스핀 턴? 제자리에서 도는 것 말하는 거야?"
"그래. 잘 봐. 일단 밟아. 저기 보이지? 저기 코너 바로 앞에서 급제동을 하는 거야. `끼이이익' 하면서 그냥 브레이크를 밟으면 죽여버릴 거야?"＜계속＞
글·오지현(아이디 starswan)/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