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일기] 50년대 고물차 차선없는 도로
기사입력 1999년 04월 05일 14시 24분
한국 청소년팀이 이곳에 와 자동차 때문에 겪은 해프닝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선수단 버스가 펑크나 훈련에 차질을 빚었는가 하면, 버스에 에어컨이 없어 섭씨 35도의 찜통더위속에 선풍기 바람을 쐬며 다닌다.
사실 나이지리아의 도로교통은 여러모로 시선을 끈다.
우선 없는 게 많다.
도로에 차선이 없고, 신호등이 없고, 교통경찰도 없다.
콘크리트로 중앙분리대를 만든 대로를 제외하고는 중앙선 조차도 없어 마주오는 차를 대충 피해가며 달린다.
급하면 반대차선으로 넘어가 `광란의 역주'를 펼치기도 한다.
이쯤되니 차들마다 끝없이 눌러대는 `빵빵'소리에 고막이 다 얼얼하다.
물론 좋은 차도 많지만 상당수가 50∼60년대에 만들어진 고물들이다.
한국 기자단에 배정된 중형버스도 예외는 아니다.
앞 유리는 온 데가 깨지고 금이 가 시야가 헷갈릴 정도고, 바닥의 나무판자는 수명을 다해 금방이라도 발이 빠질 듯이 물컹거린다.
어제 아침에는 기자들이 시가지 스케치에 나섰다.
그 거짓말 같은 중형버스를 타고 거리도 둘러보고, 시장도 기웃거렸다.
최종 목적지인 은남디 아지키웨스타디움을 500여m 남겨둔 언덕길.
아니나 다를까.
버스가 돌연 서버렸다.
운전기사가 좌석 옆의 엔진 뚜껑을 들어올리더니 이곳저곳을 만졌다.
플러그를 뺐다 끼웠다 하고, 괜히 가만히 있는 고무관들도 당겼다 놨다 했다.
버스안에 있는 연장이라고는 드라이버 하나.
한참을 고쳐도 시동이 안 걸리자 어딘가에서 기술자를 한명을 데려왔다.
한데 그 기술자가 가지고 온 연장이 또 한번 기자를 놀라게 했다.
펜치였다.
자동차를 고치겠다는 기술자가 펜치 하나만 달랑 들고 온 것이다.
결국 적도의 땡볕아래 한국 기자들은 땀을 줄줄 흘려가며 스타디움까지 걸어가야 했다.
버스는 `수리되는 대로' 스타디움으로 오기로 했다.
물론 그 버스가 오리라고 믿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스타디움을 다 둘러보고 대회 조직위원회측에 부탁해 승용차 두 대를 구했을 때였다.
버스를 호위하던 경찰이 달려와 "버스가 왔으니 가자"고 했다.
정말 버스가 와 있었다.
도대체 드라이버와 펜치로 뭘 어떻게 했을까.
조영증 감독이 하던 말이 생각났다.
"세계 대회를 치른다는 사람들이 공식 평가전（아일랜드전）을 하러 떠나려는 차를 느닷없이 수리해야 한다며 끌고가 한 시간씩이나 안 나타나더라구. 나참, 기가 막혀서."
[에누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