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자존심 회복 삼성 지고도 건배
기사입력 1999년 04월 05일 14시 24분
"첫술 치고는 배부른거야. 내년엔 우승 한번 해보자구."
4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일식집.
수원 삼성 이인표 단장과 김동광 감독 등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오랜만에 술잔을 쨍 부딪쳤다.
바로 2시간전 기아에 져 1승3패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좌절된 뒤 저녁식사겸 뒷풀이를 위해 만난 자리.
언제든 지는건 섭섭한 일이지만 표정들은 의외로 밝았고 시간이 흐르자 웅성웅성 제법 활기까지 느껴졌다.
3년만에 처음 올라온 플레이오프에서 4강까지 올라간 것도 그렇고, 한수위라는 기아를 맞아 선전했다는 생각에 지고도 왠지 나쁘지 않은 기분.
플레이오프 들어 매게임 혈압조절약 한알반을 삼키고 나서야 경기를 볼 수 있었던 이단장은 "이제 당분간은 약 안 먹어도 되겠다"며 허허 웃었다.
이단장은 경기 종료후 라커룸으로 직행해 선수들을 격려한 뒤 싱글턴과 벤자민을 따로 남겨놓고 "열심히 뛰어줘 정말 고맙다"고 등을 톡톡 두드려줬다.
이기든 지든 표정에 별 변화가 없는 김동광 감독도 오랜만에 웃음을 보였다.
김감독은 예의 괄괄한 목소리로 "5차전이 무산되는 바람에 이번주가 심심하게 됐다"고 농담을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비록 챔피언결정전행은 좌절됐지만 3년만에 `농구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은 사실을 위안 삼아 삼성 사람들은 `아쉬움 반, 성취감 반'으로 시즌을 접었다.
[박진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