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두 베스트셀러에 이례적 혹평 눈길
기사입력 1999년 04월 04일 15시 42분
활짝 핀 꽃잎 위로 찬비가 내린 격이랄까. 베스트셀러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쏟아졌다.
소설가 신경숙, 시인 황지우씨 얘기다. 신씨의 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는 3주째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달린다. 황씨의 `어느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있을 거다'의 인기도 떨어질 줄 모른다.
그런데, 월간 `현대문학' 4월호가 서평코너 `죽비소리'에서 신씨와 황씨의 작품을 따갑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 시집과 소설이 엉성한 구성, 지나친 현학과 수사 등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
특히 신씨의 소설에 대해 내용이 엉성하고 스토리를 납득하기 어려우며, 부정확한 표현과 오자도 적지않아 교환돼야 할 `불량품'이라고 혹평을 가했다.
장점도 이야기한다. 적절한 소재 선택, 사회폭력에 대한 고발과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잘 담아내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앞세운다. 그러나 `죽비소리'는 `작가가 그려낸 80년대적 폭력의 한 단면이 추상적으로 그려져 있을 뿐 아니라 이야기의 개연성과 인물 형상화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고 결론짓는다.
황씨의 시집에 대해서도 `때로 지적 속물주의의 혐의가 걸릴만큼 현학이 위태로워 보인다'면서 `위악과 과장, 자해와 절망의 포즈를 동반하는 초조한 자기위장으로 그가 진정 새로운 경지로 나아갈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평가한다.
이같은 비판과 관계없이, 이들 책을 펴낸 문학과 지성사 사무실엔 웃음꽃이 가득하다. 기형도 전집까지 포함해 세 권의 책이 한꺼번에 베스트셀러 상위를 점령하고 있기 때문. 창사 이래 처음 있는 경사다.
[임정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