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핑크 플로이드 '더월' 17년만에 국내개봉
기사입력 1999년 04월 04일 15시 42분
전설처럼 남아있는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The Wall)'이 드디어 17년만에 국내 극장에서 개봉된다.
구체적인 개봉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5∼6월쯤 개봉하기 위해 수입사인 골든베어(대표 이영진)는 극장주들을 위한 시사회를 갖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알란 파커 감독이 `더 월'을 발표한 82년 당시 영국도 경제공황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와 대량의 실업사태로 IMF체제에 놓여있던 때였고, 현재의 한국상황 역시 IMF체제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때라는 점이 이채롭다.
이를테면 혼돈 속에 존재하는 영국 국민들의 인간성 상실과정을 여실히 드러낸 `더 월'이 현재의 우리 관객에게도 공감을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17년 뒤늦은 개봉의' 배경이다.
그러나 `더 월'이 그동안 국내에서 개봉되지 못했던 것은 사회성 강한 주제의식 때문. 주인공 핑크에게서 아버지를 빼앗고 어머니의 과잉보호를 받아 홀로 서지 못하게 한 전쟁, 마약과 섹스로 얼룩진 부조리한 사회의 모습들, 전쟁과 파시즘 등의 환경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는 점이 국내개봉의 걸림돌이었던 것.
`더 월'은 특별한 스토리 없이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을 배경으로 강렬한 영상메시지를 전한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복합된 점도 특징. 특히 꽃으로 표현된 섹스장면이나 자기분열의 극단적인 상상 장면 등은 충격적이다.
이러한 음악을 통한 메시지 전달과 충격적 영상기법은 오늘날 유행처럼 되다시피한 뮤직비디오와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원조격인 셈.
학생들이 소시지 공장으로 끌려들어가는 장면 등 몇몇 장면만이 간간이 소개됐던 `더 월'의 `노 커트' 필름 공개는 17년을 기다려온 영화마니아들의 갈증을 씻어줄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