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죽음의 드라이브 (7)
기사입력 1999년 04월 04일 15시 26분
`달려… 달려….'
나의 머리 속에는 이 말이 맴돌았다. 뭔가에 홀린 것 같이…. 나는 차의 클락숀을 거세게 눌렀다.
"이 새끼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그와 동시에 나의 생각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뒤따르던 차가 우리 차를 거세게 들이받았다.
`쿠우우우웅~~~'
굉음과 함께 몸이 앞으로 크게 쏠렸다. 덜컹거렸다. 그녀는 이제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사색이 되어 얼굴을 숙이고 눈을 감고 있었다.
"야！ 걱정하지마."
"오빠！ 왜 저러는 거야? 쟤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그녀가 말했다.
얼핏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 나의 머릿속에는 어떤 기억이 비집고 나오려는 듯 쿡쿡 쑤셔왔다. 분명히 형에 대한 기억이다. 나의 머릿속에 있는 형에 대한 기억은 항상 나의 머리를 아프게 해야만 하는 것이다. 쿡쿡 거리면서. 쿡쿡….
# # #
우리 앞에 달리는 빨간 차의 조수석에 앉아 있던 녀석이 뒤를 돌아보더니 가운데 손가락을 뽑아 보였다.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이 분명했지만, 추측컨대 좋은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요란한 바퀴의 마찰음과 함께 나의 시야에서 그 녀석의 가운데 손가락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나의 어깨는 심하게 차 문에 부딪혔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타고 있는 차가 코너를 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으아악. 형, 왜 저러는 거야?"
나는 자지러질듯 소리를 질러댔다. 나의 손은 이미 창문 위에 굳게 붙어 있는 손잡이를 부여잡느라 힘줄이 터질 듯이 붉어져 나왔다. 그렇게라도 힘을 주지 않는다면 죽어버릴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형은 나를 한번 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러더니 다시 앞 유리창을 뚫어질듯 쳐다보았다. 주위의 풍경들이 마치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듯이 다가왔다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나는 무심결에 속도계를 봐 버렸다. 보지 않으려고 그렇게 노력했건만 나의 눈들은 그것을 확인시켜야만 했는지 바늘이 가리키고 있는 숫자에 머물렀다.
"제발 속도를 줄여…."
160을 왔다갔다하는 숫자에 나는 다시 비명을 질러댔다.
"야！ 이 새끼 조용히 안 해? 안그래도 신경 쓰이는데…."
"이건 너무 하잖아. 꼭 이래야 되는 거야? 완전히 미친 거야? 이까짓 레이스에서 이기면 뭐 한다고. 꼭 이래야 되는 거야?"
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연신 오른발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밟아대며 오른손은 무척이나 숙달된 솜씨로 기어를 조작하고 있었다. 마치 기계 같았다.
"야！ 이 새끼야. 내 앞에 달리는 차가 있는데, 그냥 놔두라는 거야? X새끼야. 넌 니 여자를 다른 놈이 먼저 채가면 좋아? 그거랑 똑같은 거야. 내가 먼저 달리기 전에 내 길을 달리는 것은 용서가 안 된다구."
"뭐?"[계속]
글·오지현(starswan)
/하이텔/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