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성] (16)성폭행에 관한 상반된 시각차
기사입력 1999년 04월 04일 15시 26분
섹스어필한 처녀와 수성(獸性)만 자랑하는 사내가 있다.
교도소 수감중인 사내, 면회 온 처녀를 강간한다. 출소한 사내, 틈만 나면 강간한다. 그 광경을 훔쳐보는 일이란 참으로 끔찍하다.
이달중 선보일 영화 `밤볼라'의 화면은 한 사내의 한 여자에 대한 강간을 지겹도록 반복해 보여준다.
비가스 루나는 `하몽 하몽'의 감독답게 이 영화에서도 `인간의 성이란 무엇인가' 질문한다.
감독의 의견. "본능에 충실할 것." 특히 강간에 대한 의견. "여자는 강간으로부터 도망치려 하지만 사실은 희열로 받아들인다."
강간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선이 공존한다. `거부하지만 사실은 원한다'와 `강간은 몸과 인격의 살해'라는.
감독은 전자의 의견을 가지고 있으므로 페미니스트 평론가들의 포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감독과 그의 친구들은 나름대로 근거를 제시한다.
정신분석학자의 의견.
"어떤 여자는 강간을 두려워하면서 내심 원한다. 두려움은 그녀의 초자아가 그것을 거역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욕망을 방해하는 양심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드(ID)는 원하지만 초자아는 `무서운 일'이라고 속삭인다. 초자아와 이드가 다툰 뒤 자아는 결론내린다. `나는 두려워한다'고. 상담을 하다 보면 강도에게 강간당하는 꿈을 꾸면서 오르가슴을 느낀다는 여성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전쟁심리학자의 의견.
"운명적으로, 인간은 상대방을 정복하려는 공격욕을 타고 난다. 전쟁은 공격욕의 총화다. 전쟁이 끝난 직후에는 강간사고가 증가한다. 공격대상을 잃은 청소년, 특히 단세포 젊은이들이 강간행각에 나서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의 반론.
"여자는 강간을 원한다? 사내들의 합리화." "강간은 사랑의 표시? 강간은 성관계이기 이전에 남성 성기에 의한 폭력." "여자의 야한 옷차림은 강간해달라는 암시? 의상은 여성미의 발현.""여자가 다리를 오무리면 불가능? 반항하다 목숨을 잃은 여자가 부지기수！"
`밤볼라'(Bambola)는 이탈리어로 인형이란 뜻이다. 자고로 인형은 수동적 존재의 가장 흔한 상징이다. 비가스 루나는 여성을 인형 이상으로 안본다.＜계속＞
[글=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