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태] 150km 총알투 '20승 자신있다'
기사입력 1999년 04월 04일 15시 06분
한국 최고투수다운 진면목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시속 150㎞를 동반한 좌우 꽉차는 빈틈없는 컨트롤, 상대 의표를 찌르는 다양한 변화구.
현대 정민태（29）는 마치 등판날짜를 손꼽아 기다려온 투수처럼 한치의 오차없이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
"타력만큼은 자신있다"고 큰소리치던 해태 김응용감독이었지만 정민태의 위용앞에서는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개막전을 완벽한 승리로 장식하며 첫단추를 가볍게 낀 정민태는 경기뒤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도 좋다"며 자신있게 말했다.
올시즌 목표인 20승을 지켜봐 달라는 뜻이다.
정민태의 기량은 현재 절정기를 맞고 있다.
입단 초기 팔꿈치 부상과 수술로 침체기를 겪은 뒤 지난 96년 이후 부상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데다 경기운영능력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프로 8년생인 정민태는 스스로 "이제야 야구가 뭔지 알 것 같다"고 얘기한다.
정민태의 투구를 지켜본 백인천 전 삼성감독은 "타자의 심리를 이용할 줄 아는 모습이 보인다. 지난해보다 더욱 노련해진 투구내용"이라고 칭찬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선 정통파 투수이면서도 빠른공만 고집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전날밤 텅빈 야구장에 혼자 서 있는 꿈을 꿨다는 정민태는 "올시즌이야말로 명실상부한 최고투수로 우뚝 서는 해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이제 남은 것은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가는 것.
과연 정민태가 지난 95년 이상훈（당시 LG, 현 주니치） 이후 끊긴 선발 20승의 맥을 4년만에 이을 수 있을 지 그의 말처럼 `카운트'를 해보자.
[인천＝김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