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나래 빅딜 주역의 쓸쓸한 퇴장
기사입력 1999년 04월 04일 15시 06분
3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
종료 버저와 동시에 현대가 마련한 축포가 터졌다. 그순간 나래 벤치 옆쪽 스탠드에 자리잡고 있던 한사람이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나래 최형길 사무국장이었다.
웃음을 잃지 않은 채 일일이 선수들의 등을 두드리며 "수고했다"고 격려하는 그의 머릿속엔 영욕의 순간들이 스치는 것 같았다.
플레이오프 2회전에서 탈락한 나래는 올시즌 내내 화제를 뿌렸던 팀.
그리고 중심엔 늘 최국장이 있었다.
현대자동차에서 딜러로 명성을 떨쳤던 그는 지난 97년 원년리그를 앞두고 나래의 사무국장으로 부임했다.
나래이동통신 이홍선 대표이사의 용산고 동기동창으로 고교시절엔 농구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부임 첫해부터 행운을 몰고왔다.
`만년 꼴찌' 산업은행과 한국은행 멤버들로 이뤄진 나래가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른 것.
97∼98시즌에서 챔프전 진출이 좌절되자 최국장은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패배의식에 절어있는 은행팀 출신들로는 절대로 정상을 밟을 수 없다고 여긴 그는 `빅딜'로 불리는 대형트레이드에 착수했다.
첫 작품이 지난해 5월 허 재의 영입.
정인교와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까지 내주는 출혈을 감수했고, 올시즌 개막 직전에 있었던 윌리포드와 존슨의 교환도 이때 이미 합의를 본 것이란 추측이 지배적이다.
또 한달 뒤엔 주희정 강병수를 삼성에 넘기는 대신 양경민 김승기를 데려왔다.
서너차례 빅딜로 선수 두명만이 원년부터 나래를 지키고 있을 뿐.
뉴스메이커 최국장의 야망은 나래의 올시즌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좌절되면서 일단 물거품이 됐다.
"금방 결실을 맺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다음시즌을 기대해달라"며 경기장을 총총히 빠져나간 그가 또다른 빅딜을 준비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