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고개숙인 해결사 현대전 평균 16.7득점
기사입력 1999년 04월 04일 15시 06분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십니까.'
나래의 `농구천재' 허 재（34．1m88）에게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2회전은 악몽이었다.
3게임에서 평균 16.7득점과 어시스트 4.7개.
평균 이상의 성적은 되지만 그의 이름 밑에 따라붙기에는 아무리 봐도 민망한 숫자다.
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의 3차전 패배후 고개를 푹 숙이고 코트를 빠져나오는 허 재의 모습은 처량했다.
93-95로 뒤진 종료 3.3초전 동점 레이업 찬스를 놓치고 공격자파울까지 선언 받아 경기를 그르쳤다는 자책감.
라커룸으로 들어가다가 복도에서 기자들을 만나자 "마지막 그게 파울 맞아요?"라고 하소연도 해봤지만 자신 없는 목소리는 어느새 완패를 인정하고 있었다.
LG와의 플레이오프 1회전에서 평균 20득점과 6.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3연승을 이끌었던 허 재가 2회전에서 힘 한번 못 써보고 무너진 것은 체력이 바닥났기 때문.
3게임에서 3점슛을 무려 36개나 던졌지만 겨우 6개만 성공시킨 것이 그 단적인 증거다.
돌파와 슈팅, 전체를 훑는 넓은 시야, 순간 판단력 등 모든 면에서 허 재는 아직도 국내 최고 수준이지만 그 기술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은 20∼25분이 한계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계속 천재로 남기 위해서는 욕심을 조금 줄여야 한다는 것.
플레이오프가 허 재에게 남겨준 교훈이다.
[박진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