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방담] 주전부상에 울고 팬들성원에 웃고
기사입력 1999년 04월 04일 15시 06분
◇가뜩이나 주전들의 부상으로 허덕이고 있는 포항은 지난 3일 수원 삼성과의 홈개막전에서도 2명의 부상자가 더 나오자 "굿이라도 해야하는 게 아니냐"며 울상입니다.
올 신인중 `물건'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세인은 전반 47분 삼성 수비수의 팔꿈치에 부딪혀 입술이 찢어진 뒤 그라운드 밖으로 실려나왔습니다.
후반 19분에는 미드필더 이규칠마저 상대 선수와의 충돌로 코뼈가 주저앉는 부상을 해 교체되었습니다.
올해들어 고정운 백승철 이영상 정재곤 등 주전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고있는 포항의 박성화감독은 이날 2명이 더 실려나오자 "나중엔 나와 최순호코치도 경기에 출전해야 할 것 같다"며 웃지못할 농담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박성화감독은 경기후 구단버스에 승차하면서 야릇한 미소를 짓더군요.
올해초 1억1천만원을 주고 구입한 새 선수단버스에 자기를 성원한 문구가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죠.
박감독은 `박성화 감독님, 힘내세요' `철인감독 화이팅' 등의 문구를 몇번이고 이리저리 살피며 흐뭇해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지난해까지 5년간 사용했던 버스에는 이동국 고정운 백승철 등 스타들을 응원하는 문구들뿐이었습니다.
평소 무뚝뚝하기로 정평이 난 박감독은 "젊은 선수들처럼 힘이 난다"며 한동안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더군요.
◇유고용병 조란이 전북 선수단 통역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유고어는 물론 영어와 약간의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조란이 브라질 출신인 호제리오와 코칭스태프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호제리오가 구사하는 언어는 포르투갈어가 유일해 전북 선수단 미팅때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고개만 숙이는 신세였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최만희감독이 영어로 이야기하면 조란이 국적불명의 언어로 통역을 하는데 호제리오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답니다.
조란은 포르투갈어와 비슷한 스페인어에다 손짓 발짓을 동원해 호제리오에게 의사전달을 하는데 어법은 맞지 않아도 뜻 전달에는 지장이 없다는군요.
◇지난 3일 현대－일화전을 지켜보던 팬들은 `가물치' 김현석（현대）의 짧은 머리를 보고 "저 선수가 김현석이 맞나"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2년동안 긴머리를 하고 다니던 그가 스포츠형으로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2주전 서울 압구정동에서 갈색으로 염색까지 한 뒤 "내 평생에 최고로 마음에 드는 헤어스타일"이라고 기뻐했던 그가 머리를 바꾼 것은 팀내 최고참으로서 각오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였답니다.
지난달 31일 전남전에서 수차례 득점찬스를 살리지 못한 그는 당시 소속팀이 승부차기에서 석패하자 책임을 통감하고 머리를 자르기로 결심했다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