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이슈] '10대와 매춘남성 공개' 76% 찬성
기사입력 1999년 04월 04일 15시 06분
10대 소녀들이 이 시대의 `어두운 화두（話頭）'로 떠오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감수성의 보고（寶庫）'와도 같은 사춘기 소녀들이 진화（進化）를 멈춘듯한, 야수같은 남성들에게 짓밟혀 나뒹구는 꽃잎신세가 돼버린 것이다.
이제 딸을 둔 아버지들은 `원조교제（援助交際）'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가 쳐진다.
얼마전에는 웃지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학교폭력인 왕따문제의 해결사를 자처해온 대검은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자안심） 운동의 추진실적자료를 공개하면서 10대 성폭행 피해소녀 80명의 이름과 주소, 나이, 학교, 학년은 물론 일부 학생은 주민등록번호까지 공개해버린 것이다. 물론 실수였고 회수율은 95％를 육박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검찰이 왕따'가 돼버린 셈이다.
또다른 10대의 수난.
지난달 30일에는 `청소년을 위한 내일 여성센터'가 10대 소녀를 상대로한 매춘고객들의 명단을 밝히는 문제를 갖고 설문조사를 했다.
정치인, 법조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 100명 가운데 76명은 10대 매춘고객의 신상공개를 찬성한다고 답했고 21명은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참고로 국회의원 등 정계인사 13명은 전원 찬성률을 보였고 법조계（16명）는 69％, 학계（22명）는 66％, 공무원（9명）은 66％의 찬성률을 보였다.
법과 함께 매서운 주먹 맛도 보여줘야한다는 생각같다. 여성의 경우, 팔은 안으로 굽었다.
남성（72％）보다 여성（84％）의 찬성률이 높았기 때문.
매춘고객의 명단을 공개하는데 반대한 21명은 `죄는 밉지만 인간까지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휴머니즘（?）을 보였다.
당사자의 명예훼손 소지가 크고 형 확정이전에 무죄 추정원리에도 어긋난다는 이유도 이들 반대자들의 목소리에 담겨져있다.
요즘 나도는 `O양의 비디오'를 구경하지 못한 사람은 `왕따'라고들 하지만 양식있는 언론에서는 아직까지 여자 주인공의 이름 석자를 숨겨주고 있다.
그것은 O양이 성폭행의 피해자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떠나 개인으로서 사생활은 보호받아야한다는 동정론과도 맥이 통하는 이야기다.
물론 O양은 10대가 아니지만.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