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영어의 바다'에 빠진 농구천재
기사입력 1999년 04월 02일 14시 35분
`영어의 바다'에 빠진 `농구 천재'
원주 나래의 허 재(34)는 영어라면 이맛살부터 찌푸렸다.
기아 시절이던 지난 시즌 경기 도중 영어를 못해 크게 낭패를 본적이 있기 때문.
당시 기아에는 미국인 톰 맥크라켄이 외국인 코치로 와 있었는데 작전 타임때 그의 지시에 대해 허 재는 "쟤 뭐라는 거야?"라고 반문했던 것.
하필 이장면이 TV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생중계되면서 공개 망신을 당했다.
얼굴을 크게 붉힌 허 재는 나래로 둥지를 옮긴 올시즌 `영어 공략'에 팔을 걷어 붙였다.
우선 데릭 존슨, 토니 해리스 등 용병들과 사석에서 일부러 수시로 만나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부터 없앴다.
특히 게임이 없는 날에는 이들과 술자리를 자주 갖고 손짓 발짓에 `콩글리시'까지 섞어가며 대화를 나눴다.
존슨에게는 데릭의 `D'와 영어단어 `빅(big)'을 조합한 `딕(Dig)'라는 애칭까지 붙여주며 한마디라도 더 배우려고 애썼다.
최근엔 숙소에서도 틈나는 대로 기초 회화책을 뒤적이고 있으며 귀라도 터볼까 하는 마음에 AFKN이나 TV위성방송을 자주 틀어 놓고 있다.
허 재가 이처럼 영어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장차 지도자 생활을 위해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한다는 생각에서다.
팀전력의 반이상을 차지하는 용병들을 휘어 잡으려면 우선 의사소통이 돼야 할 것이 아닌가.
은퇴 후에는 미국에 2년간 자비 연수를 떠날 계획까지 잡아놓고 있다.
꼼꼼하게 미래를 설계하는 허 재의 모습을 보면 스타 출신 명지도자의 길은 그리 먼데 있지 않은듯 하다.
[김종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