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태릉선수촌도 '개혁'해야
기사입력 1999년 04월 02일 14시 30분
"태릉이 싫다."
`나비소녀'로 불리는 김수진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90년대 한국수영을 이끌어 갈 기대주로 촉망받던 이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을 한사코 거부해 자주 파문을 일으켰다.
이유는 간단했다.
"태릉선수촌 훈련이 무섭다"는 것이었다.
실제 이 선수는 반강제로 태릉선수촌에 집어넣으면 기록이 뚝 떨어지고 개인훈련을 하면 연달아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움으로써 태릉의 훈련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방랑물개'란 별명을 갖고 있는 조광제라는 수영선수 역시 천부적인 자질을 갖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것이 기대됐으나 태릉선수촌 이탈을 거듭하다 끝내 제명까지 당하는 비운을 맞았다.
지난 31일 발생한 경영부문의 여고 1년생 유망주 납치사건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경찰은 평소 이 선수가 "훈련이 너무 고되다. 태릉에서 나가고 싶다"며 고통스러워했다고 동료들이 증언한 점을 중시, `자작극'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이 사건이 `자작극'으로 드러나든, 아니면 대표선발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소행으로 밝혀지든 태릉선수촌의 대표선수 관리에 문제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스포츠는 그동안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서구선수들에 맞서기 위해 `지옥 훈련'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다.
그래서 태릉선수촌의 문은 선수들에게 `지옥의 문'으로 통한다.
과거 대표선수들의 경우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과 `헝그리 정신'으로 이 모든 고통을 감내했지만, 사고방식이 크게 다른 신세대 선수들은 심한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특히 훈련강도가 높은 수영 경영부문 선수들의 경우 하루에 2만@를 왕복하는 극한훈련도 예사라고 한다.
차제에 태릉선수촌의 훈련방식도 크게 개선돼야 한다.
주먹구구식 훈련을 지양하고 체계적@과학적 훈련방법을 철저히 실시해야 함은 물론이다.
`신념부재 시대'의 선수들에게 확고한 국가관 등을 심어줄 수 있는 `인성교육'의 도입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조석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