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정vs윤손하] '어쩜 이렇게 닮을 수가
기사입력 1999년 04월 01일 15시 25분
SBS TV `청춘의 덫'의 영주(유호정)와 MBC TV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의 현수(윤손하)는 참 많이 닮아 있다.
도도한 자신감. 신분상승을 꿈꾸는 남자를 단번에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재력 있는 집안. 그리고 조건을 가리지 않고 한 남자와의 사랑에 모든 것을 던지는 정열.
그 상대가 되는 남자들도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다.
영주와의 만남을 일생일대의 기회로 보고 딸까지 둔 애인을 버리는 동우(이종원)나 연상의 대학 강사 신형(김혜수)을 사랑하면서도 현실을 위해 현수를 택하는 재호(배용준)나 거의 생김새만 다른 쌍둥이다.
차이가 있다면 영주는 윤희(심은하)의 존재를 모르고 사랑에 빠지는데 비해(물론 "상관없다. 없었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라고 차갑게 말할 줄도 안다) 현수는 친언니나 다름없던 신형과의 관계를 알면서도 `소유욕'에 눈이 먼다.
하지만 이 `눈이 먼다'는 것도 역시 거의 똑같다.
평소의 똘똘한 행동거지로 볼땐 각각 동우와 재호가 뭔가 떳떳하지 못한 이유로 그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렸을법 한데도 막무가내.
아버지로부터 전혀 사랑받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고 자라 되려 `연애 지상주의자'가 된 영주, 부모와 오래 떨어져 살아 애정결핍의 경향을 보이는 현수 모두 해피엔딩은 맞지 못할 것 같다.
현수는 재호에게 성공을 미끼로 신형을 떠나 자신과 결혼할 것을 강요, 결국 그의 `몸'은 차지하지만 `마음'까지 차지할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70년대의 영주는 동우가 과거에 사귀던 여자가 오빠의 약혼자 윤희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지만 차마 오빠에게 말하지는 못하고 드라마가 끝나는 비운(?)을 맞았다.
결말은 작가 김수현만 알고 있지만(본인은 "자기도 아직 모른다"고 주장) 90년대라 해도 동우를 그리 쉽게 용서할수는 없는 일.
결국 영주와 현수의 경우는 한국 드라마의 불문율중 하나인 `부잣집 딸은 돈 있는 죄로 사랑은 차지할수 없는' 유전유죄(有錢有罪)의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