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세상] 야구로 열린봄 그라운드로 가자
기사입력 1999년 04월 01일 14시 32분
나이가 들면서 꿈꾸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한때 원없이 품어대던 꿈들의 대부분이 이미 불가능해졌다.
`어디든 갈수있다'고 스스로를 속이기엔 벌써 많은 걸음을 한길로 걸어왔고, `모든 걸 할수있다'고 큰소리를 쳐보기엔 자신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나이를 먹어 가장 불행한 점이 그렇게 꿈을 잃어가는 처지인 것 같다.
봄이다. 시작하고 출발하는 계절, 젊고 싱싱하고 꿈꾸는 계절이다.
1910년대의 메이저리그 스타 짐 머레이가 말했다.
"봄은 땅이 녹고 나무가 움트는 계절, 그리고 모든 팀이 우승기를 끌어안는 계절이다."
두시즌 거푸 꼴찌였던 롯데의 김명성감독은 올해는 탄탄한 전력이란 인사에 "진작 우승팀에 입후보했다"고 껄껄 웃었다.
스토브리그의 `큰손'이었던 삼성은 누구나 첫손에 꼽는 강팀.
"다른 집들도 살림이 늘었다"고 손사래를 치는 서정환감독이지만 미소에는 여유가 넘친다.
잠실구장에 고사상을 차려놓고 두산 강건구대표는 "관중 꽉꽉 들어차기를" 빌었다.
"우승? 그건 꽉 믿고 있는데 뭐 빌 필요가 있나요?"
쌍방울 김성근감독은 "절대 꼴찌 안한다"고 선언했다.
`삼성과 LG판'이라던 매직리그, 시범경기를 치르고 나자 "두팀중 하나는 한화한테 물린다"는 누군가의 장담이 떠돈다.
작년 1등팀 현대부터 꼴찌팀 롯데까지, V9의 해태부터 2년 준우승의 LG까지.
모조리 들썩들썩거리는 우승후보다.
프로야구 한시즌중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계절이 가을이라면, 봄은 가장 신나게 경기를 즐기는 계절이다.
4월의 첫 토요일,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강력한 우승후보 8개팀을 만나러 그라운드로 뛰쳐나가야겠다.
[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