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벼랑끝 대반격 보라'
기사입력 1999년 04월 01일 14시 32분
승부는 그가 마음먹기에 달렸다던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다"는 `농구천재' 허 재（34．나래）.
강산이 한번 바뀐다는 10여년 동안 그를 빼곤 한국 농구를 논할 수 없었다.
헤아릴 수 없는 승리와 영광. 그리고 수차례에 걸친 파동과 악성 루머들.
김영기 신동파 김동광 이충희 등 한국 농구사의 기린아들을 혼합해놓은 것 같다는 허 재의 전설 뒤엔 언제나 기아의 붉은 유니폼이 있었다.
지난해 5월 나래의 파란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에도 그의 전성기는 이어지는 듯 했다.
두경기 연속 트리플더블 기록과 나래의 3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LG와의 플레이오프 1회전에서 3전 전승을 거둬 허 재의 카리스마는 여전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현대와 벌인 2회전서는 상황이 달랐다.
지난 30일 대전서 가진 1차전서는 18득점 5리바운드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그럭저럭 자존심을 지켰다.
31일 벌인 2차전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다.
현대 추승균과 이지승의 찰거머리 마크에 걸렸고 그의 발이 묶이자 나래도 맥없이 무너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허 재의 유아독존식 플레이 때문에 나래의 팀워크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여러 해결사들이 버티고 있던 기아 시절과 달리 나래에 옮긴 뒤 큰 경기는 자기가 직접 풀어가야 한다는 중압감이 허 재 뿐만 아니라 나래에게도 부담이 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허 재의 시대가 끝났다"고 단언하는 이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의 천재성은 오히려 나래가 벼랑에 몰리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지배적이다.
[류성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