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이장호 감독 '황진이'로 오페라 연출 데뷔
기사입력 1999년 04월 01일 14시 32분
`라보엠'의 아리아를 흥얼거리던 다섯살바기 소년이 한편의 오페라를 연출한다.
15∼19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는 창작 오페라 `황진이'의 연출을 맡은 이장호 영화 감독. "선무당이 사람 잡을까 걱정된다"며 공연을 보름여 앞둔 심정을 토로했다.
한국오페라단 박기현 단장으로부터 불쑥 전화를 받은 게 1년전. "기존의 오페라 문법을 깨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제의. 농담하는 줄 알고 웃어넘겼다. 그러나 대본이 오가길 두어차례. "박단장의 능력이 대단하다.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니 어느새 말려들어가 있더라".
사실 이감독은 일찍 클래식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클래식 마니아인 아버지 덕분이다. 새벽잠을 깨우는 오페라 아리아. 반강제적으로 들었던 그 때 그 음악. 그러나 연출은 다른 문제다.
외국에선 프랑코 제피렐리, 장이모 등 영화감독이 오페라 연출을 맡은 적도 있지만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
"부산 피난시절 아버지를 따라 `라보엠'을 봤던 기억이 전부에요. 오페라 연출에 대해선 문외한이었던 셈이죠."
기존 공식을 애써 따라갈 생각은 없다. "카메라만 없다뿐이지 무대나 촬영장이나 연출가의 역할은 똑같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이감독은 극적 사실감을 높이는 동시에 드라마틱한 장면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연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출연진에게 까다롭게 연기 주문을 한다. 영화에선 카메라가 클로즈업을 하듯 오페라에선 배우가 스스로 `클로즈 업'을 해내야 한다는 것. 감정이 충분히 고조돼야 할 부분을 표정, 동작, 노래가 삼위일체가 되어 표현해낼 것을 요구한다.
또 1막의 대형 상여 장면 등을 통해 `영화 같은 오페라'의 묘미를 선보일 구상. 2막의 연회 장면도 관객들의 흥미를 끌 것이라 생각한다.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한마당으로, 오페라 무대에서 보기 힘들었던 선비와 기생의 `대담한' 연기도 준비되어 있다.
특히 이감독의 연출력이 기대되는 부분은 3막. 지족과 화담을 오가는 황진이의 갈등이 한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극본 구상, 각색 윤조병, 음악 이영조. 주요 출연진은 김영미 김유섬 신지화 신주련(황진이),정영자 김정희(진현금),유승공 우주호씨(벽계수),박치원 임산(화담) 등이다. (02)587－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