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죽음의 드라이브 (5)
기사입력 1999년 04월 01일 14시 32분
"응！ 그 뒤 형이 죽었거든. 그 차와 함께.
그날도 비오는 날이었지. 경찰의 말로는 형의 차가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덤프 트럭의 밑으로 들어갔다는 거야. 그 사고로 형은 그 자리에서…. 차도 폐차되었고."
"아…." 그녀는 괜한 것을 물었다는 듯 탄식을 내질렀다.
"훗！ 그건 그렇고 아무리 봐도 길을 잘 못 들어선 것 같다. 어째 가도 가도 서울은 안 나오냐?"
"흥！ 일부러 온 거 다 알아. 엉큼하긴…."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녀가 웃으라고 한 이야기인지 약간 헷갈렸다.
어느새 비는 멈추었다. 시야에 옅은 안개가 깔려 있었다.
"그게 아니라…, 아무리 봐도 이상하잖아. 몇 분 전부터 우리는 차 한 대도 못 마주쳤어. 하다 못해 표지판 하나도…. 난 이런 길은 처음이야."
나는 자못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그 얼굴은 별로 신경을 쓰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녀는 닫혀진 차창을 조금 열었다. 순간적으로 아주 싸늘한 공기가 몸을 훑었다.
"날씨가 꽤 추운 걸. 창문 좀 닫지 그래?"
"안돼 오빠！ 잠 좀 깰 겸 잠시만 열어두자."
"훗！ 알아서 해."
하지만 그 서늘한 찬바람도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 정적 속에 약간씩 수마가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옆을 보았다. 재잘거리던 그녀는 어느새 머리를 떨구고 자고 있었다.
몇 분, 아니 몇 초밖에 안지났을 지도 모른다. 몽롱한 상태가 나의 시간의 흐름을 빼앗았기 때문에 판단하기 어려웠다.
나의 귀에 다른 차량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뒤에서부터 나는 소리였다.
`부아아아아아앙~.'
요란한 자동차 엔진음이었다. 보통 소리가 아니었다. 튜닝한 차량의 소리였다.
"어? 오빠！ 뒤에 차가 온다."
언제인지 몰라도 그녀는 잠에서 깨어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게. 이제야 서울에 가까워 졌나 보다. 이 도로만 빠져나가면 될 것 같은데…."
"어? 그런데 차가 한두대가 아닌 걸."
서너대의 차량이 맹렬한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경주나 하는 것처럼 중앙선을 침범하며 굉음을 울리며 질주하고 있었다.
"으아아악… 오빠. 저것 봐. 쟤네 미쳤나봐."
그녀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귀신 이야기에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훗！ 쟤네 아무리 봐도 경주하는 것 같은데…."
벌써 우리 차 뒤까지 쫓아온 선두 차량은 엄청난 굉음을 울리며 중앙선을 넘어 나의 차를 따라잡았다.
`부아아아아~~~아앙.'
나의 오른쪽 귀에서 들려온 그 자동차의 엔진소리와 왼쪽 귀에 들려온 그녀의 비명소리가 나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전에, 그 빨간 스포츠 세단은 내 차 앞에 들어서며 갑자기 속력을 줄이려는 듯 브레이크 등을 깜박거렸다.
"으아악. 제길 뭐 하는 거야? 저 새끼들이 미쳤나?"[계속]
글·오지현(아이디 starswan)/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