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김영철-기형적 잡지시장 낳은 부록경쟁
기사입력 1999년 04월 01일 14시 32분
잡지값보다 비싼 부록은 안 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침 때문에 한동안 부록경쟁이 없었는데, 그 법이 바뀌어 이젠 다시 부록을 붙여도 좋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책방에는 부록 메뉴까지 벽에 걸어놓고 잡지를 판매하고 있다.
잡지 값보다 비싼 부록이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인데도 수십 종의 잡지가 앞을 다투어 부록을 붙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잡지를 한권 만드는데 드는 인쇄, 종이 비용은 한 페이지당 9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즉 300페이지 두께의 잡지라면 원가가 2,700원이 든다는 말이다.
잡지의 소비자 가격은 5,000원이지만 총판, 그리고 책방의 수수료인 1,500원을 빼고 나면 잡지사의 수입은 3,500원이 된다.
여기서 인쇄와 종이비용을 빼고 나면 잡지 한권당 대충 800원의 마진이 생긴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관리비, 인건비, 사진비, 출력비, 취재비, 홍보비 같은 비용이 지출되어야 하는데, 800원으로는 이런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
배본한 잡지가 전량 다 팔린다 해도 모자른다.
그래서 모자라는 비용은 광고 수입으로 충당하여야 한다.
그래서 우리 나라의 잡지 사업은 광고수입에 의존한 사업이라고 한다.
광고는 가장 잘 팔리는 잡지사로 몰리기 마련이다.
그러니 잡지사는 무조건 더 많은 잡지를 팔아야 하고, 때로는 잡지값 보다도 비싼 부록을 붙여서라도 독자들을 포섭하려 한다.
그래, 부록이라도 붙여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그것도 기업의 이념이니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책 같은 것을 부록으로 하면 잡지가 팔리지 않고, 화장품을 부록으로 해야 잘 팔린다는 데 있다.
잡지라는 것이 읽을거라가 필요해서 사는 것인데도 책같은 부록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또 부록 때문에 잡지를 사는 독자층 대부분이 아직은 화장을 할 나이도 아닌 중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이라니, 이것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하긴 잡지의 내용만 훌륭하다면 부록이야 있건 말건 무슨 상관이겠는가.
부록이 아니라 좋은 내용으로 잡지를 선택할 줄 아는 독자의 안목이 아쉽기만 하다.
[마리끌레르, 바자, 에스콰이어 메종 그룹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