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듣기 좋은 하얀 거짓말
기사입력 1999년 03월 31일 15시 07분
저 세상에 계시는 어무이는 거짓말 대장이셨다.
맛있는 고기반찬을 두고도 곧잘 `나는 묵었으니 니나 어여 묵어∼!'하셨지만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저 날 위한 말씀이셨고, `니가 이 세상서 젤 잘 생겼다∼'고 하셨지만 사실 나 말고도 잘 생긴 사람은 몇 더 있다.
신성일, 차인표, 최수종, 류시원… 요 사람들 보단 내가 쬐끔 떨어지거든.
4월 1일은 만우절(萬愚節), 영어로 쓰면 `All fool day'나 `April fool's day'이겠지.
만우절의 유래를 살펴봤더니 동서양에 다 있었다. 이건 무얼 뜻하냐?! 1년 중 하루쯤은 전세계 사람 누구나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 아닐까?
거짓말 중엔 `거지들이나 쓸 법한 말'인 `거짓말'이 있는가 하면 `거룩하고 지혜로운 말'인 `거짓말'도 있다고 본다.
앞서 소개한 우리 어무이가 한 거짓말씀은 `하얀 거짓말'이 아닐까 싶다.
이밖에도 오히려 훌륭한 거짓말도 많다.
★ "나의 죽음을 적들에게 알리지 말라!"→ 이순신 장군.
★ "저는 공부가 하기 싫으니 군대나 갈래요, 동생을 입학시켜 주세요"→ 두 명을 동시에 대학에 보내는 걸 벅차 하시는 부모님에게 형이 하는 말.
★ "에구구, 토끼가 뭐가 예쁘니? 난 우리 도치가 최고로 예쁘다!"→ 머리에 버즘 난 아기 고슴도치를 안으며 하는 엄마 고슴도치의 말.
★ "난 우리 색시만한 여자가 없다고 봐. 다른 여자들은 1층 밥도 간신히 짓는다는데 우리 색시는 맛이 다양한 3층 밥도 쉽게 하잖아?!"→ 애처가.
★ "당신은 사람이 아니예요. 전지전능한 신이죠! 낮엔 우릴 먹여 살리느라 열심히 일을 하시는데, 옆집 철이나 앞집 순이네 아빠보다 훠얼씬 나아요! 밤엔 아이들 방에 가서 이불을 덮어 주시고, 또 절 기쁘게 해 주시느라….
흐헝∼ 온 몸으로 덮어 주시는데, 그 기술도 철이나 순이 아빠보다 훠얼씨인∼ 나아요, 오마나!"→ 경부가(敬夫家).
_오늘, 하얀 거짓말을 듣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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