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바로워즈'] 동화같은 상상으로 '호호 깔깔'
기사입력 1999년 03월 31일 15시 07분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모든 사람들의 눈높이에 영화적 재미를 맞추는 게 쉽지 않은 까닭이다.
어린이를 위한 영화는 어른에게 시시하고, 어른에게 호기심을 주는 영화는 어린이의 관심 밖에 있거나 봐서는 안될 소재가 적지 않다.
외국영화들에게서 가끔씩 부러운 건 모든 세대를 두루 감싸안는 영화들을 곧잘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바로워즈(Borrowers)'도 바로 그런 영화다.
`빌려쓰는 사람들'이란 뜻을 지닌 이 영화는 동화적인 상상에 기초한다. 가끔씩 라이터나 성냥 등 소소한 물건들이 없어지는 경우. 어디다 놓았는지 분명히 기억하지만 감쪽같이 사라진 물건들이, 사실은 마루밑에 사는 바로워즈들이 빌려갔을 것이라는 상상이 영화의 토대다.
1.5V짜리 건전지 크기만한 바로워즈들이 영화의 주인공.
랜더가족의 집에서도 양말, 호두껍질, 우표, 아이스크림등이 조금씩 없어진다. 바로워즈들의 짓이다.
이러한 물건들을 빌려오는 것은 바로워즈가족의 아빠 포드(짐 브로드벤트)의 몫.
마루 밑에서 생활하던 이들은 사악한 인간들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세상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욕심많은 변호사 포터(존 굿맨)의 계략으로 랜더가족의 집이 헐리게 되자 바로워즈 가족의 활약이 시작되는 것.
포터는 바로워즈 가족의 방해에 번번히 골탕을 먹는다. 화가 치민 포터는 바로워즈 가족을 몰살시키기 위해 해충퇴치사 제프(마크 윌리암스)를 동원,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펼친다.
인간과 바로워즈의 싸움. 망치세례를 가까스로 피했는가 싶으면 우유병에 갇히기도 한다. 빈 우유병에 갇힌 아들을 구하려는 바로워즈 가족의 기발한 활약상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바로워즈들이 사는 세계의 세트는 실제보다 14배 이상의 크기로 제작된 것. 다분히 복고풍으로 제작된 이 세트는 바로워즈와 인간들의 대비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걸리버 거인국'을 패러디한 마지막 장면은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진수를 느끼게 하는 대목.수천명의 바로워즈들이 포터 변호사를 결박하는 모습을 한 프레임에 담아내 절로 탄성이 일게 한다.
전체적으로 시각적 흥미에 주안점을 둔 피터 휴이트 감독의 연출이 인상적. 파스텔화 같은 그림영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도 감독의 계산에서 비롯됐다. 꿈꾸는 세계와의 만남은 언제나 그렇듯 뒷맛이 개운하다.
[전문가 평점]
★★★★★(최우수)
★★★★(우수)
★★★(괜찮은 수준)
★★(보통)
★(수준이하)
양윤모(영화평론가)★★★★
박보영(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