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V9명가 호랑이 힘내라
기사입력 1999년 03월 31일 14시 35분
해태 타이거즈가 창단이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요즘 같아선 `벼랑끝에 매달려 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모그룹인 （주）해태는 회생이 불투명하고 팀전력은 역대 최악이다.
현장에서 뛰는 선수, 코칭스태프, 구단직원들 모두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속이 숯검댕이처럼 타 있는 상태다.
야구단의 정신적 지주인 김응용감독은 "해태가 선수 한두명 갖고 야구했느냐. 해볼만 하다"며 자신감을 보이지만 이마저 공허한 메아리처럼 울려퍼질 뿐이다.
생각외로 문제는 심각하다.
이강철 이대진이 부상으로 빠져나간 마운드엔 구심점이 없다.
곽채진 소소경 박진철 곽현희 등 올시즌 마운드의 주축으로 나서는 투수들은 하나같이 검증이 되지 않은 선수들이다.
성적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현재 1군에 있는 투수 12명의 작년 성적을 더해보면 겨우 27승.
최근 2번의 시범경기와 한차례 연습경기에서 이들이 상대에 내준 점수는 무려 28점이나 된다.
한가닥 희망을 걸던 방망이마저 기복이 심하고 내야진은 툭하면 실책, 주자들은 사인미스다.
오랜 전지훈련과 강훈에 지쳤는지, 동료들이 연달아 병원에 실려가는 모습에 기운이 빠졌는지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가 축 가라앉고 있다.
지난달 30일 광주 쌍방울과의 연습경기 도중 발생한 김응용감독의 `구장 이탈' 해프닝을 두고 주위에선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며 안쓰러운 눈치다.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의 `명가'에서 어느새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돼버린 해태.
하지만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낸 특유의 전통이 올해도 살아나길 기대해 본다.
[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