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특허청 vs 냉면집 '박통' 상표싸움
기사입력 1999년 03월 31일 14시 35분
"박통을 절대 양보할 수 없습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을 지칭하는 `박통'의 상표 등록을 놓고 대구의 한 냉면집이 특허청과 한판 대결도 불사할 움직임이어서 화제다.
문제의 냉면집은 대구시 동성로의 박통면옥（주인 배종순．41）.
IMF 한파가 기세를 떨치던 지난해 4월 개업한 이 냉면집은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과 새마을 노래를 활용, 단숨에 유명 냉면집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주방장 이현욱씨（54）가 70년대 모 호텔에서 일할때 가끔 청와대로 불려가 박대통령을 위해 냉면을 만든 적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 집 냉면의 명성은 대구를 넘어서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올들어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 현재 박통면옥은 4개로 늘어났다.
물론 박통면옥이라는 가게 이름은 의장등록이 된 상태.
그런데 최근 특허청은 특허심판원에 박통 관련 상표에 대한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이유는 `박통'이라는 단어가 고 박정희 대통령을 비하하는 뜻을 포함하고 있어 고인에게 나쁜 평판을 줄 수 있다는 것.
특허청은 "박통 상표가 허가된 이후 `박통면옥'을 비롯, `박통+박통'' `박통대나무숯' `박통예금통장', `박통백팔주' 등 의류, 금융, 식당, 숙박업소,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상표 출원이 쏟아져 들어왔다"며 "이미 출원한 경우는 거절 사유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허심판원이 출원 거부를 결정하게 되면 `박통'이 들어간 특정 상호에 대한 특정인의 독점-배타적인 권리는 없어진다.
쉽게 말해 누구나 그 상호를 쓸 수 있게되는 것.
특허청의 이번 조치로 당초 주류 상표로 특허를 출원했던 강모씨는 상표권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박통면옥측은 가게 이름을 지키기 위해 변리사를 고용하는 등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박통면옥측은 "박통은 특허청이 주장하는 것처럼 고 박정희 대통령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강단있고 과감한 점을 강조한 별칭"이라고 주장한다.
상표법상 특허출원을 거부할 수 있는 `고인과의 관계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비방@모욕, 나쁜 평판을 받게할 우려가 있는 상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통면옥 박정식 이사는 "IMF가 복고풍을 몰고왔고 그에 따라 박대통령 시절에 대한 향수가 강해진 점에 착안한 상호일뿐"이라며 "특허청의 해석은 너무 작위적"이라고 상호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통'을 둘러싼 냉면집과 특허청의 싸움이 과연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궁금하다.
[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