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국가대표 웃음 배달 왔어요'
기사입력 1999년 03월 31일 14시 35분
"자장면 배달의 국가대표, `번개' 인사 드립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30일 오후 7시 태릉선수촌 선수회관에서 `철가방 출신' 산업강사 조태훈씨（31）에게 월례 교양 강좌를 들었다.
프랑스에서 일시귀국, 선수촌에 묵고 있는 `탁구스타' 김택수를 비롯, 15개 종목 250여명의 선수들은 자장면 배달 12년만에 9개소의 중국음식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번개외식컨설팅 연구소장 조씨의 성공담을 들으며 강훈련의 피로를 날려보냈다.
조씨는 열일곱살 때 광주에서 상경, 고려대 앞에서 `번개'라는 머리띠를 매달고 자장면 배달을 해 오다 3년전 이 대학 경제학과 교수의 제안으로 이 강단에서 선 것이 매스컴을 타 하루 아침에 스타가 돼 버린 자기의 `출세 스토리'를 배꼽잡는 입담으로 풀어냈다.
"여러분도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절 보십시오. 세상에 자장면 배달로 나보다 더 성공한 사람이 어딨습니까."
이제 막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목표로 강훈중인 선수들은 이날 8시 40분 강의가 끝난 뒤 "나도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승부욕과 프로정신을 가지게 됐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체조대표 이선성군（18．한양대 1년）은 "기약 없는 메달권 진입을 위해 똑같은 훈련을 반복하며 환멸을 느낄 때도 있었는데 사고（思考）의 전환으로 `무미건조한 자장면 배달을 세상에서 가장 보람있는 일'로 승화시킨 조씨를 보며 많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폭소로 시작해 폭소로 끝난 이날 교양강좌는 지난 2월 22일 선수촌 입촌식을 가진 이래 처음으로 열린 것으로 신임 김봉섭 촌장（50）의 `젊은 피'（?）가 수혈된 결과라고.
과거에는 체육계나 학계의 저명 인사를 주로 초빙하다보니 분위기가 다소 딱딱했다고 한다.
역대 최연소 촌장이자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인 김촌장은 "지식보다는 웃음이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선수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강사를 초빙하겠다"고 말했다.
선수촌은 다음달 초청 강사로 `거시기 탤런트' 김성환씨를 부르기로 했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