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죽음의 드라이브 (4)
기사입력 1999년 03월 31일 14시 35분
"혹시 짐승이 부딪혔으리라 생각했지. 그런 일이야 종종 있는 일이니깐. 모르겠어, 분명히 여자의 울음소리였는데…. 아무튼 비오는 날이면 계속 해서 그런 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리고 또 한번은…. 갑자기 사람이 나타난 거야. 이미 늦었다고 판단했지만,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왼편으로 틀었어."
`끼이이이이~~이익'
"엄청난 제동소리와 함께 차 본 네트 왼쪽에 부딪히는 여자의 얼굴을 보았지. 아주 분명하게. 그 얼굴은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어.
분명히 부딪히기 전이었는데. 얼굴의 반이 날아간… 으… 아주 끔찍한 얼굴이었어. 나는 그 여자가 나의 차에 부딪히는 순간 눈을 감아버렸어."
나는 말도 하지 못하고 형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구? 이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지. 나는 두려움에 차마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어.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지.
경찰이구나 했지. 차라리 잘 된 거라구 생각했어. 그런데 경찰이 와서 뭐라고 하는 줄 알어? '괜찮으십니까?' 그러는 거야. 사람을 친 놈한테 괜찮냐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경찰은 내 얼굴을 보더니 꼭 귀신을 본 얼굴이라는 거야. 귀신을 본…. 나는 그제서야 차에서 내렸지.
내 차는 아슬아슬하게 중앙 분리대 앞에 멈춰 있었고, 급제동에 의해 생긴 타이어 자국은 거의 40m나 이어져 있더군.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내 차는 멀쩡한 거야. 분명히 그 소름끼치는 얼굴의 여자를 받았단 말이야. 이 차의 저기 왼쪽 본 네트 부분으로….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차가.
그리고 내가 받아버린 여자는 어디에도 없는 거야. 얼굴이 완전히 뭉개지고 사지가 뒤틀려 내장을 뿜고 죽어 있어야 할 여자는 어디에도 없는 거야. 어디에도…."
"어떻게 그런 일이…?"
나는 형의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흐 내가 아까 물어 봤잖아. 귀신을 믿냐구? 난 믿어. 왜나면 나에게는 그 증거가 있으니깐. 그게 바로 이 차야. 이 차.
나중에 알아보니 이 차를 판 인간이 뺑소니를 쳤다더군. 사고를 내고 바로 이 차를 고쳤지만, 도저히 탈 수가 없었나봐. 그래서 헐값에 중고차 시장에 내논 거구. 그 차를 산 게 바로 나야.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뺑소니를 친 날이 오늘같이 비오는 날이었다고 하더라. 비오는 날. 그 사람에게 치인 여자는 사고 당시 얼굴의 반이 완전히 뭉개졌지만, 살아 있었대. 그렇게 몇 시간을 누군가가 오길 기다리다 죽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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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그게 정말이야?"
그녀가 내게 물었다.
"음. 나도 몰라. 확인해 볼 길이 없어졌걸랑."
나는 그녀를 슬쩍 쳐다본후, 다시 전면을 주시하며 운전을 해 나갔다.
"확인해 볼 길이 없어졌다니?"
그녀는 궁금한 듯 반문했다.[계속]
글·오지현(아이디 starswan)/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