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죽음의 드라이브 (3)
기사입력 1999년 03월 30일 15시 03분
"어? 비가 오네."
나는 와이퍼를 작동시키려고 했다. 순간 형의 얼굴이 갑자기 변했다.
"야！ 길가에 차 세워."
"왜?"
"새끼야！ 세우라면 세워."
형의 욕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자신의 말로 친근함의 표시라는 욕과 정말 화가 났을 때 쓰는 욕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쭈뼛거리며 차를 길 가장자리에 세웠다. 형은 나보고 조수석에 앉으라고 하며 운전대를 잡았다.
평소 같으면 앞에 가는 초보 운전자 욕을 하든지 아니면 차선을 오락가락 하며 카 레이싱을 펼칠텐데 그날 형은 이상하게 조용히 운전만 했다.
"형！ 왜 그러는… 거야?"
"야！ 넌 귀신을 믿냐?"
나는 형의 뜬금없는 말에 아무 대답도 못했다.
"오늘은 안 나타날래나?"
"그게 무슨 소리야?"
"비오는 날이었어. 한창 국도를 타고 서울로 들어오는데 피곤하더라구.
너도 알다시피 내가 이 차 뽑은 지 얼마 안됐잖아. 중고라고 하지만 거의 새 거나 다름없고, 가격도 무척이나 쌌지. 난 시험도 해볼 겸 시외로 나갔지. 생각보다 차 성능이 좋더군."
형은 평소와 다르게 아주 부드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해 나갔다. 나는 그 분위기에 압도당한 채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약간 멍한 얼굴로 전방만을 주시하며 가는 형이 약간 걱정되었지만, 형의 운전실력은 내가 아는 바, 곧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비는 점점 퍼붓고 약간씩 졸음이 오는 거야. 순간 졸았다 싶었는데 갑자기 여자의 흐느낌이 들리는 거야. 나는 순간 놀라서 눈을 떴지.
그 순간 내 차는 중앙선을 넘어 있었어. 반대편 차선에는 덤프 트럭이 경적을 울리며 맹렬한 속도로 오고 있었어.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면서 나도 모르게 핸들을 돌렸지. 그 순간에도 나는 왼쪽은 늦었다고 생각하고 아예 반대편 차선으로 돌진해서 간신히 충돌을 면할 수 있었어."
"…다행이네."
나는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훗 다행이라. 그래 다행일 수 있겠지. 하마터면 죽을 뻔 했으니깐. 그런데 그게 다가 아냐. 아마 일주일 뒤였을걸.
그날도 아주 비가 많이 내렸지. 서울 외곽 순환도로를 타고 있는데. 새벽이라 차가 거의 없었지.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본 네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거야.
온몸이 쭈뼛거렸지. 무엇인가가 나의 등줄기를 핥는 느낌이었지.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소리는 전에 들었던 그 소리와 한 치의 차이도 없이 아주 똑같았어. 아주… 여자의 흐느낌이었지.
난 순간적으로 놀라서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았지. 너 아냐? 160㎞에서 몇초 사이에 40㎞로 속력이 줄 때의 느낌을….
아무튼 빗길에서 급제동을 해서 차가 뒤집힐 뻔 했지. 아마 모르긴 몰라도 차가 한바퀴는 회전했을 거야."
"그래…?"
나는 형의 말에 관심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형은 이야기를 계속했다.[계속]
글·오지현(아이디 starswan)/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