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SM클럽 (하) '주인,노예 구합니다'
기사입력 1999년 03월 30일 14시 29분
광고대행사의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는 K씨(32·여)는 흔히 말하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출세욕과 지배욕이 유달리 강한 그녀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평소 이같은 감정을 숨겨야 했고 심한 정신적 갈등을 겪었다고 했다.
그녀는 올초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SM(사디스트-마조히스트) 동호회에 가입한 뒤 동병상련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들 회원들은 매주 금요일 저녁 모임을 갖는 한편 수시로 인터넷에 접속해 의견 교환이나 정보를 나눈다.
현재 인터넷에 개설된 SM 관련 사이트는 3개.
올초 개설된 S&M 오아시스의 경우 조회수만 1만2천건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아이디나 비밀번호가 없으면 접속이 불가능하다.
이 동호회의 한 관계자는 "SM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미성년자, 동성애자, 아동성학대자 등은 회원으로 받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지난 29일 한 회원의 아이디를 빌려 접속을 시도한 결과 게시판에는 파트너를 찾는다는 글들이 상당수 올라있었다.
23세의 직장 여성은 자기를 마조히스트라고 소개한 뒤 `주인'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고 29세의 한 남성은 회초리로 볼기나 종아리 때리기에 관심이 많다며 `노예'를 구한다는 글을 개재했다.
이들 사이에서 `주인'은 사디스트, `노예'는 마조히스트를 뜻한다.
SMer 가운데는 대상 집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가죽이나 고무, 맨발, 하이힐 등 특정 대상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이들은 이런 것들을 수집하기도 하고 때로는 관련 잡지를 구해 보며 최신 정보를 얻기도 한다.
한 회원은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사디즘이나 마조히즘적인 감정이 존재한다"며 "SM 문화는 육체적인 오르가슴이 아니라 지배와 복종, 주인과 노예 관계를 통해 정신적인 만족을 얻기 위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회원은 "가죽채찍, 수갑, 재갈 등 기묘한 도구와 비인간적이고 과장된 관계 설정이 주를 이루는 포르노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SM 문화가 너무 부정적인 면만 부각됐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변명에도 불구하고 현대의학에서는 이들을 `변태'나 `정신병자'로 취급하고 있다.
결코 이들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대기업체에 근무하다 현재는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42)는 이런 말을 했다.
"만약 내가 사디스트라는 사실을 아내가 안다면 우리 가정은 그날로 파탄날 것이다. 우리는 이 사회의 아웃 사이더일 뿐이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