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음식기행]부드러운 육질-향기조화'동양의 산적'
기사입력 1999년 03월 29일 15시 30분
파키스탄의 북서변방주(NWFP)는 한때는 아프가니스탄의 영역이었다. 그래서 이곳 국경지대엔 수백만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인 파탄족이 모여 살고 있다.
이곳에 가면 수염을 기른 잘 생긴 남자들을 원없이 만날 수 있다.
수염은 파탄족(Patan:현지발음은 빠딴) 남자의 상징이다. 따라서 수염을 기르고 관리하는 것은 남자들의 기본 덕목이다.
여자들 또한 미인들이 많다. 그들의 빼어난 미모 때문에 갈등을 느껴 선뜻 고향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이역의 남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파키스탄 북서변방주의 대표적 도시인 페샤와르의 별미는 까밥(kabab).
영어 사전에는 `케밥(kebab)'으로 나와 있어, 우스개삼아 `개밥'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딸 자운이는 처음에는 그 말을 듣고 뭔 밥 이름이 그러냐고 의아해했다. 까밥 혹은 케밥(현지인들은 까밥이라함)은 결코 밥 종류가 아니다.
국어사전에는 `인도의 불고기:동양의 산적'이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불고기 비슷하기는 하지만 이 또한 아니다.
까밥이 무엇인가. 주로 양고기나 쇠고기를 잘 다져 여기에 토마토, 양파, 피망, 다니얀(미나리 비슷), 미르치(무척 매운 꽃고추), 허비 등의 향신료를 갈아서 넣고 함께 버무려 굽거나 기름에 튀긴 요리다.
어른 손바닥보다 약간 작은 우리네 동그랑땡같은 차쁘리 까밥(chapri kabab)은 진짜 불고기 맛이 난다. 한덩어리에 15루피(1루피＝25원).
쉬시까밥(shish kaabab)은 꼬챙이 까밥으로 꼬치구이를 연상시킨다.
손가락 절반 굵기에 20∼30㎝ 길이의 듬직한 쇠꼬챙이에 잘 버무려진 까밥을 동글동글 뭉쳐 끼워 불에 구워서 먹는 시크 까밥의 맛은 별미중의 별미.
바삭바삭하고 부드러운 육질의 감촉에 후각을 자극하는 향이 까밥의 생명. 한 까밥이 대략 5루피. 우리나라 붕어빵 반개값 정도인 셈이다.
무슬림들은 음식을 먹을 때 한손만을 사용한다. 오른손이다. 왼손은 화장실용이므로 사용 금지.
대체로 까밥과 함께 넙적한 밀가루 빵 난( naan)이나 로티(roti)를 먹는데, 먼저 오른 손으로 난을 알맞은 크기로 뜯어 까밥을 감싸듯 싸서 잘라내 이것을 맛있는 라씨(lassi)에 찍어 먹는다. 라씨는 인도, 파키스탄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일종의 요구르트.
파키스탄 사람들은 라씨에 미나리와 흡사한 다니얀(daniyan)을 갈아서 넣는다. 맛은 초보자에게는 시큼털털 야릇하다. 까밥에 라씨를 뿌려서 먹기도 하고, 요즘은 그냥 스푼으로 떠먹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