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죽음의 드라이브 (2)
기사입력 1999년 03월 29일 15시 30분
"무서운 얘기? 훗. 무서운 얘기라… 해봐. 날도 으스스한데."
"이거 실화인데 내 친구 알지. 전에 오빠도 봤잖아. 빨간색 자동차 타고 다니는 애."
"응！ 알아."
"걔가 회사 근처 오피스텔로 이사갔을 때 일인데, 새로 지은 오피스텔이어서 깨끗하다고 좋아했어.
그런데 아직 입주가 안 끝나서 한산하더래. 그래서 지하주차장도 거의 비어 있고….
거기 이사한지 며칠 되었을까? 내 친구는 매일 똑같은 장소에 차를 세워 두었대. 그런데 하루는 야근을 하고 집에 왔는데…."
나는 졸음을 쫓으며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래. 움찔했겠지.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누군가 차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으니 얼마나 놀랐겠어."
그녀는 침을 한번 삼키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서 시동을 끄고 살펴보았는데 아무도 없더라는 거야. 놀래가지고 도망치듯 주차장에서 나왔대. 근데 그 다음날.
또 야근을 하고 자정이 넘어서 오피스텔로 왔는데, 차를 대고 막 키를 뽑으려고 하는데, 또 소리가 들리는 거야.`톡…' '톡…' '톡…'.
걘 거기서 자지러질 뻔 했는데, 일단 정신을 차리고 차에서 나왔지. 역시 아무도 없더래.
다시 차안에 들어가서 앉아 있었더니, 또 다시 소리가 들리는 거야.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자기 차 위로 뭔가 떨어지더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아 물이구나' 하고 안심하고 손으로 한번 쓱 닦았는데, 아주 끈적거리더래. 그리고 손을 보았는데, 그만…."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피더라는 거야. 피. 손바닥에 아주 시뻘겋게… 묻어서…."
"뭐? 피라구?"
"응！ 피래.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오피스텔 공사할 때 살인사건이 났더래. 인부들끼리 싸우다가 칼에 찔린 살인이 나서 시체를 그냥 지하주차장 천장 그 자리에 두고 공사를 해버린 거야. 그런데…."
"으… 말도 안돼."
"그래 이상하지? 그리고 죽은 시체가 하나도 안 썩은 것하고…. 발견 당시 시체는 거의 피가 안 굳었다는 거야.
공기정화 시설인가 뭔가 때문에 밤만 되면 시체가 얼었다 녹아서 피가 떨어졌다는데…. 히히,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것 같아."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친 후 멋적게 웃었다.
"그래도 졸음은 쫓았잖아."
"훗！ 그래. 그럼 나도 이야기 하나 해줄까?"
"이야기? 무서운 거야?"
"응！ 이건 나랑 아주 가까운 사람이 직접 겪은 이야기인데…."
나는 전면을 주시하며 혹시나 무슨 물체라도 튀어나올까 조바심을 냈다. 동시에 잊고 싶었던 기억을 억지로 꺼내고 있었다.
# # #
"앞을 잘 보란 말야！"
"알았어. 성질 좀 안낼 수 없는 거야?"
"웃기고 있네. 너처럼 하다가는 사람 여럿 친다. 사람 한번 쳐봐야 정신을 차리겠냐?"
나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형한테 운전을 배웠다.
그 날도 비가 오고 있었다.＜계속＞
글·오지현(아이디 starswan)/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