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빌리홀 공갈포 오명씻고 '톱타자 낙점'
기사입력 1999년 03월 29일 13시 54분
누가 그를 `블랙홀'이라고 했던가.
삼성 서정환감독이 모처럼 크게 웃었다.
한때 돈만 날렸다는 뜻의 `먹튀'였던 외국인 타자 빌리홀（30）이 시범경기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5경기에서 18타수 11안타를 때리며 타율（0.611） 도루（5개） 출루율（0.682） 등을 휩쓰는 무결점 공격력.
시범경기 직전까지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던 비난을 생각하면 `기적'이다.
수비가 불안해 유격수에서 중견수로 좌천, 방망이까지 시원치 않아 톱타자 후보에서도 밀려났으니 `돈먹는 애물단지'로 여길수밖에.
빌리홀을 기둥삼아 타순을 짜려던 서감독은 설계부터 재조정할 판이었다.
그러나 주머니에 감춰진 송곳을 끝까지 숨길 수는 없는 일.
타석 오른쪽과 왼쪽을 가리지 않는 스위치타자에 정확성을 겸비한 방망이는 매순간 강렬한 화염에 휩싸였다.
어디 방망이 뿐이랴.
50m를 6초대에 주파하는 잰걸음이 2루를 내집처럼 드나들더니 지난 28일 인천경기에서는 1,3회 거푸 2루 도루를 성공시켜 국내 최고의 어깨인 현대 박경완의 얼을 빼놨다.
빌리홀은 다음달 3일의 개막전을 앞두고 다시 큰일을 맡았다.
공격의 물꼬를 터줄 톱타자로 최종 낙점된 것.
발빠르고 타격좋은 빌리홀과 견줄 1번을 사자우리에서는 당분간 보기 힘들 것 같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