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청춘의덫'] 4명 주인공의 정신분석
기사입력 1999년 03월 29일 13시 54분
SBS TV 드라마 `청춘의 덫'이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심은하(윤희)는 이종원(동우)을 향해 칼을 갈고 있다. 유호정(영주)과 전광렬(영국)은 통제불능의 사랑을 맛보고 있다.
작가 김수현씨는 인간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섬뜩하게 그려내고 있는 중이다.
정신분석학자의 드라마 시청기는 어떨까. 정신과전문의 이나미씨의 말을 들어봤다.
그는 윤희에 대해 "절제하고 희생하던 사람은 배신당하면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다"고 분석했다.
"한이 많은 여자지요. 부모없이 자랐기 때문에 눈치밥을 먹었을 겁니다. 윤희의 깔끔한 성격은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지요."
동우의 캐릭터는 어떨까.
"가난한 집안의 맏아들인 그는 장남 컴플렉스가 있습니다. 장남들은 두 가지 형으로 분류되죠. 의무를 내면화시켜 리더십을 발휘하는 형과, 과잉보호를 받아 이기적으로 변하는 형으로. 동우는 처음 전자였으나 의무가 지겨웠던 그는 부모를 부정하려 합니다."
일례로, 어머니가 청국장을 끓일 때 화를 낸 것은 냄새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 부정이었다는 것이다.
영주와 영국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후처 소생 컴플렉스'로 풀이했다.
"영주는 어머니의 속물성을 증오하면서도 사실은 닮은꼴입니다. 컴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해 정체성을 못찾고 있죠. 실제 재벌가 후처 소생 중 일부는 영주처럼 막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의 내심에는 생모에 대한 복수심이 있다고 한다.
"그가 쾌락의 대상으로 삼았던 여인들은 생모와 닮아있습니다. 생모에게 무언의 복수를 했던 것이죠. 그는 왜 윤희에게 넋을 잃을까요. 윤희의 생김새가 생모의 반대편에 있기 때문입니다."
윤희는 정숙하며 기품있다. 그가 생모 대신 원했던 어머니상이라는 얘기다.
이씨는 "김수현씨는 인물들의 성격과 캐릭터를 정신분석학적으로도 아귀가 딱 맞게 그려낼 줄 아는 탁월한 작가"라고 평했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