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죽음의 드라이브 (1)
기사입력 1999년 03월 28일 15시 11분
"잘 해. XX놈아！ 천천히 발을 떼란 말야."
"이렇게?"
"아…새끼！ 정말…. 뒤를 잘 보구."
나는 형과 일곱살 터울이다. 하지만 좀스러운 거 하며 별로 배울 것 없는 형이다. 하지만 한 가지, 운전 솜씨만은 쓸만하다.
내가 운전대를 잡은 것은 열세살이었다. 초등학교 졸업식 날이었다.
그 당시 우리 집에 있는 차는 지프 종류였다. 시동을 켜면 부르르 떨며 요동치는 모습을 지금까지 잊을 수 없다. 나는 항상 그 모습을 보면 꼭 차가 울부짖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말을 형에게 했다가 비웃음을 산 것도 기억하고 있다. 그 뒤부터 나는 나의 어떤 생각도 형에게 말했던 기억이 없다. 적어도 형이 우리의 곁을 떠났을 때까진 말이다.
어느 날 나는 밤마다 형이 어딜 나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 형은 고2였던 것 같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형은 밤마다 아버지의 차를 탔다.
아버지가 눈치채고 형이 엄청나게 혼난 것은 내가 그 사실을 안지 거의 반년이 지나서였다. 물론 그때 형은 아버지보다 더 운전을 잘 했다. 그건 내가 보증한다.
왜냐면 나는 10번도 넘게 형을 따라 밤에 나가곤 했기 때문이다.
형은 이듬해 정식으로 면허를 따고 아버지의 지프를 물려받았다.
아무튼 형은 내가 초등학교 졸업하는 날 선물이랍시고 운전을 하게 해주었다. 비록 주차장에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를 두번 해 본 것이 전부였지만, 무척이나 들뜬 마음이 그 다음날까지 갔던 것이 기억에 난다.
# # #
`뿌아아아아~~~앙！'
나는 반대편 차선에서 엄청난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거대한 트레일러의 굉음에 몽롱한 상태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앞 유리창에 불규칙한 자국을 만들고 있었다.
나의 눈꺼풀은 메트로놈보다 더욱 규칙적으로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있는 와이퍼의 운동에 다시 스르르 감기고 있었다.
"정신차려. 오빠. 큰 일 날라구 그래?"
"어? 응. 그래."
나는 몸을 다시 곧추세우며 말했다.
"야！ 라디오 좀 틀어봐."
`띠~띠~띠！' 라디오에서는 정확히 자정을 알리는 소리가 나왔다. 그와 동시에 아주 졸리운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쳇."
"오빠 졸립지. 도대체 이 길은 가도 가도 휴게소 하나 없네."
"그러게. 나도 이 길은 처음이라서…."
"아무리 시골 길이라고 해도 너무 차가 없다."
비는 잦아들듯 하다가 다시 빗방울이 세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오빠！ 내가 무서운 얘기 하나 해줄까?"[계속]
글·오지현
/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작가소개]
아이디는 `starswan'. 23세.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중이다.
작품 경력은 짧으나 글의 변신력이 뛰어나다는 평. `죽음의 드라이브'는 카레이서를 꿈꾸던 형제의 파멸을 회상기법을 통해 집요하면서도 섬뜩하게 전개하고 있다. 대표작:`죽음의 드라이브' `더 더스트(Du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