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헹가래 3천회-혼탁한 세상을 향한 외침
기사입력 1999년 03월 28일 15시 11분
스포츠조선 편집부 유완석차장(44). 그는 스포츠조선에 매주 연재하는 네 컷짜리 시사만화 '헹가래'를 통해 혼탁한 세상을 향해 목청을 높인다. 삿대질을 하고, 때로는 가시돋친 독설을 내뱉는다. 그의 무기는 펜 하나 뿐. 허를 찌르는 기발한 상상력은 독자들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유화백의 '헹가래'가 29일자로 3천회를 맞았다. 지난 90년 3월 21일 첫회가 나간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독자들을 찾아갔다. 네 컷의 좁은 공간에 시대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시사만화인 '헹가래'는 익살과 재치, 풍자와 유머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스포츠신문 시사만화'라는 새 지평을 열고, 이를 발전시켜온 유화백을 만나 그의 만화세계를 들여다 봤다.
－만화 소재는 어디서, 어떻게 찾나.
▲다들 그렇겠지만, 국내 신문과 TV에서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스포츠신문은 물론, 국내에서 발행되는 신문을 거의 다 훑어본다. 주간지도 마찬가지다. TV도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빠짐없이 챙긴다. 회사 동료나 친구, 집에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힌트를 얻는 경우도 많다. 전날 술자리에서 오간 이야기도 큰 도움이 된다.
－종합지와 달리 제약이 많을텐데.
▲신문의 성격상 정치, 경제 관련 소재는 잘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큰 제약이 되지는 않는다. 대신 스포츠, 연예뉴스를 자유롭게 요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헹가래'에 대해 자평한다면? 또 다른 시사만화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스포츠신문 시사만화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기존 방향을 고수할 것이다. '헹가래'는 순우리말이며, 그림체도 그렇다. 다른 것을 모방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다. 창조적인 캐릭터에 무한한 애정을 느낀다.
－만화를 그리면서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나.
▲신문 시사만화의 가장 큰 특징은 시의성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실패작이 된다. 그 속에 풍자와 유머가 있어야 한다. 나는 하루하루의 기록이란 점에 의미를 많이 둔다.
－에피소드도 많을 텐데.
▲독자들이 자기와 관련된 내용이 나가면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을 설득하기가 너무 힘들다. 하지만 '헹가래'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하면 기쁘다. 구체적인 사례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오보도 있었다. 직접 취재하지 않은 경우였다. 그 사건 이후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다. 혹시 내 만화 때문에 피해를 본 분들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린다.
－시사만화가의 매력은 무엇인가. 시사만화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짧은 시간에 기사나 사설보다 더 강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매일 마감한다는 짜릿함도 있다. 그러나 소재가 없다고 쉴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이 대신 그려줄 수도 없다. 자기와의 싸움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주는 중노동이다. 지구력이 필요하다.
－어떻게 만화가가 됐나.
▲중학교 때 미술선생님이 '만화에 도전해 보라'고 권유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대학교에선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만화를 잊을 수 없어 만화로 돌아왔다. 80년 레이디경향 신인만화 공모에 당선되면서 정식만화가가 됐다.
"더 좋은 만화로 독자를 찾아가는 게 내 의무"라는 유화백은 "앞으로 1만회까지 이어지도록 오래 사랑받으며 독자와 함께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정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