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 김혜선 '어렵던 시절 모성애 그려요'

기사입력 1999년 03월 28일 15시 11분




"열여덟살 분위기가 날까요?"

서른고개에 접어든 김혜선은 걱정이 앞서나 보다.

노인분장은 쉬어도 실제 나이보다 어리게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

그녀는 다음달 5일부터 80여년의 인생을 산다. 18세인 1942년부터 현재까지를 연기하는 KBS 1TV의 아침드라마 `TV소설_당신'(극본 이덕재 연출 홍성덕)의 주인공이다.

잔잔한 내레이션과 수채화같은 스토리 전개가 트레이드마크인 `TV소설'은 이번엔 한여인의 가족사를 다룬다.

열여덟살에 시집온 김혜선(유순예역)이 온갖 가난과 역경을 딛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녀의 남편은 독고영재(김진태역). 온 인류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집안 경제에는 전혀 도움을 안주는 무덤덤한 지식인이다.

`왕과 비'에서 목졸려 죽은 김혜리는 `당신'에선 김혜선의 언니(유옥예역)로 `환생'했다 . 김혜리의 남편 김병세(박기출역), 김병세를 따라다니는 영화배우 김주승(김백산역)도 주요 인물.

드라마 초반부 주요 촬영지는 충남 아산의 외암리. 따뜻하던 봄날씨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심술을 부려 출연자와 제작진을 괴롭힌다.

결혼후 남편과 첫 나들이에 나선 김혜선의 온천신만 해도 그렇다.

무심한 남편이 아내를 깜박잊고 먼저 떠나자 김혜선은 산길을 걸어 집으로 간다. 김혜선은 상황을 좀더 리얼하게 하겠다며 아이를 업고 바위투성이 언덕을 오른다. 맨발이 바위틈에 빠져 피가 나자 김혜선은 대사에도 없는 "나 저 남자하고 이혼할래"라고 외친다.

외암리 마을집의 소쿠리, 풍로, 요강 등은 향수를 자극한다. 연기자들 사이로 한가롭게 지나가는 닭들도 주요 소품. 닭들의 자연스런 행진을 위해 촬영팀에서 쉴새없이 모이를 주며 꼬드기지만 `타이밍'을 못맞춰 NG연발이다. 이틈에 김혜선과 독고영재는 틈만나면 쪼르르 아궁이 앞으로 달려가 언손을 녹인다. 드라마에선 무덤덤한 부부지만 이때만은 누가봐도 살가운 선후배다.

[이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