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최연소 유재학감독 '쓸쓸한 퇴장'
기사입력 1999년 03월 28일 15시 11분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된다.'
27일 저녁 경기도 과천의 대우증권 연수원.
인천 대우 유재학 감독（36）이 어스름 달밤에 홀로 텅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 10개월간 사용했던 숙소는 선수들이 모두 떠나 괴괴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옷가지 책 등 짐을 꾸려 나올 때는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빠르지는 않을 것 같았다.
지난해 6월 프로농구 최연소 사령탑으로 승격한 뒤 농구대잔치 준우승, 98∼99시즌 정규리그 3위.
야심만만하게 코트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승승장구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받았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회전. 팀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 4강에 진출을 노렸지만 1승3패로 탈락하며 그꿈은 산산히 부서졌다.
충분히 해볼만한 게임이었으나 번번이 고비를 넘기지 못해 아쉬움은 더욱 진해 보였다.
한시즌을 서운하게 접은 유재학 감독의 마음은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재헌의 군입대로 생긴 골밑 공백을 메우기 위해 트레이드를 통한 라인업 보강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또 합숙 대신 오는 8월까지 개인훈련을 실시, 어린 선수들에게 `스스로 알아서 하는' 프로 의식도 심어줄 생각.
오는 29일 선수단 납회를 끝으로 공식일정을 매듭짓는 유재학 감독은 "잊을 게 있으면 빨리 털어버리고 새 기분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