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3년간 27명 연쇄강간 30대교사 검거
기사입력 1999년 03월 28일 15시 11분
인천시 남동구 간석3동.
이 동네 부녀자들은 지난 주까지만 해도 밤길을 혼자 걷지 못했다.
96년부터 3년간 20∼30대 여성 27명이 강도 강간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 동네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이 연쇄 강간사건의 범인이 지난 26일 잡혔다.
범인은 뜻밖에도 B초등학교 현직 체육교사인 최모씨（38．경기 부천시 원미구）였다. 부인 또한 부천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모범 가정'의 가장이어서 경찰은 더욱 놀랐다.
J교대를 졸업하고 K대 대학원까지 나온 최씨가 `지킬과 하이드'처럼 낮에는 존경받는 선생님, 밤에는 강도 강간범으로 이중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최씨는 지난 96년 부동산이 문제가 돼 돈에 쪼들리게 되자 예전에 살던 이곳에 왔다가 지나던 20대 여성을 홧김에 처음 덮쳤다고 진술했다.
`야릇한' 재미에 빠진 최씨는 그 다음부터 완벽한 준비를 하고 본격적인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최씨는 퇴근 후 모자가 달린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고 세피아 승용차를 몰고 인천시 남동구 간석3동을 찾아가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하이에나처럼 길가는 여성들을 노렸다.
범인은 혼자 지나는 여성의 목에 뒤에서 칼을 들이대고 으쓱한 곳으로 끌고 갔다.
피해자가 자기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뒤에서만 성폭행을 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태권도 공인 4단으로 82년 전국체전에서 라이트급 은메달까지 땄던 최씨는 피해자의 금품과 주민등록증까지 빼앗아 신고를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공중전화만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연락하고, 때로는 콘돔을 사용하는 등 지능적으로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여성 중에는 낙태수술을 받거나 가정이 파탄에 이르는 등 큰 고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여고생 피해자는 범인을 찾아 나선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외삼촌은 홧병으로 죽는 불행을 당했다.
이렇게 피해가 속출하자 올 초엔 피해자들끼리 모여 "범인을 잡아달라"고 각계에 탄원했는가 하면 경찰서를 방문, 농성까지 벌일 지경에 이르렀다.
이 동네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던 C씨의 경우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다닌다는 이유로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범인으로 오인돼 경찰에게 넘겨지는 해프닝도 벌어지기도 했다.
범인이 동네사람일 것이라는 추정한 주민과 경찰의 판단이 빗나가면서 인천의 연쇄강간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주민들은 제2의 `화성 연쇄사건'으로 장기화되는 게 아닌가 긴장했다.
경찰도 범인 검거에 최선을 다했다.
지난 23일 밤부터 경찰관 70명이 투입돼 빌딩과 아파트 옥상 7곳에서 망원경을 동원해 밤새 감시하고 10개 지점에선 잠복 근무에 들어갔다.
26일 새벽 1시 30분쯤 부천에서 세피아 승용차를 타고 와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던 최씨는 드디어 현장에서 추격하던 인천 남부경찰서 형사계 박용일 경장에게 격투 끝에 체포됐다.
3년 동안 계속된 최씨의 `지킬과 하이드' 생활도 마침표가 찍혔다.
[인천＝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