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이슈] 왕따(4) - 직장에도 '아웃사이더' 존재
기사입력 1999년 03월 28일 15시 11분
직장에도 왕따가 있다.
IMF이후 기업간의 인수-합병, 즉 빅딜로 퇴출이 늘어나자 남은 사원들 가운데 `직장 왕따'가 부쩍 많이 발견되고 있다. 빅뱅의 참담한 부산물이랄까.
왕따를 당하는 사람들은 `삐그덕 딜'（빅딜）의 희생양이라고 스스로를 비하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의 한 오퍼상에 근무하던 A씨（35）는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지난달 말 회사로부터 일방적인 사직서를 강요당한 뒤 한동안 사표 제출을 거부해왔다.
동료와 선후배들은 사석에서는 동병상련의 심정을 보였지만 공석에서는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포커페이스로 돌변, 결국 A씨는 외로운 왕따가 돼버렸다.
또 중견기업의 총무부 간부인 N씨（43）는 정리해고를 위한 `살생부'를 만드는데 기여한 수훈 갑의 주인공. 그러나 살생부에 오른 사람들이 모두 퇴출된뒤 N마저 팽（烹）당하고 말았다.
최근 모 대기업의 사보에 실린 `직장 왕따'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200명을 대상으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7％가 `사내에 왕따가 존재한다'고 응답했고 41.8％는 `왕따를 실제로 경험했거나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왕따가 되는 직원을 유형별로 보면 ▲`삼척동자형'（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하는 사람）,▲`극단형'（일을 너무 잘하거나 못하는 사람） ▲`손금실종형'（아부가 생활화된 사람）▲`꼭 낄래옹형'（사사건건 끼어들어 참견하는 사람）과 ▲`독불장군형', ▲`안하무인형', ▲`얄미운 당신형'（이유없이 상사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사람） ▲`주사파（酒邪派）형'（술버릇이 좋지 않은 사람） 등이다.
왕따로 찍히면 티타임이나 술자리에 안 끼워주기（52.1％）, 점심식사 같이 안 하기（19.3％）, 정보공유에서 제외시키기（14.1％） 등의 갖가지 방법으로 따돌린다고 한다.
집단정서를 중시하는 조직사회에서 아웃사이더는 이래저래 서럽다.
오늘날 직장은 약육강식（弱肉强食）과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영락없는 동물원을 보는 느낌이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