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강만우 8단 ●최규병 9단
기사입력 1999년 03월 26일 15시 00분
제7보(82∼103)＝백 82의 곳은 집으로는 가치가 적은 수이다. 이곳은 뒷문이 열려있는 곳으로 끝내기로 치자면 82가 아니라 `가'로 붙여가는 것이 백으로선 정수다. 그런데 백이 굳이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82로 뛰어든 것은 딴 속셈이 있었던 것이다.
백 82같은 수를 병법으로 말하자면 `성동격서'나 `도남의재북'에 해당한다. 뜻은 정반대 쪽에 두고 있다는 말인데 그곳은 96 이하를 말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대국당시 최 9단은 백 82 이하 백이 무리수를 띄어오자 `웬 떡이냐'싶어 95까지 기분좋게 응수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96 이하 차단수를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 그래서 흑 95 다음 백 `나'로 지키면 흑 `다'로 하변을 확실히 챙겨버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백도 흑 95에 `나'로 지켜놨어야 96 이하의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즉 백 `나'로 지킨 뒤 96 이하 차단수와 `가'로 넘는 끝내기를 맞보는 것이 정수였으며 그랬으면 여전히 백이 우세한 국면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백이 90수에 이미 초읽기에 몰려 있었다는 점이며 `나'로 지키지 않아도 대충 수가 될 것이라는 어림짐작에 96 이하의 수단을 강구했다는 것이다.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