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삐삐걸 10대접대부 노래방서 활개
기사입력 1999년 03월 26일 14시 20분
"영계 불렀으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지난 25일 밤 서울 화곡동 A단란주점의 마담은 아가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나가는 손님을 잡아당겼다.
마담의 이야기는 거짓이 아니었다.
약 5분 뒤 어디서 기다리기라도 한 듯 10대 후반의 `아가씨' 3명이 테이블에 앉았다.
가게 근처의 오락실이나 만화가게, 카페나 커피숍 등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무선호출을 받고 달려온 `삐삐걸'들이었다.
관계당국의 미성년자 종업원 단속이 심해지자 업소에서는 이들을 대기실에 두지 않고 손님이 있을 때만 삐삐로 불러 영업을 하는 것이다.
단속에 걸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등장한 이들 삐삐걸은 이 업소 뿐만 아니라 전국에 걸쳐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뿐만 아니라 노래방까지 삐삐걸을 고용, 술시중은 물론 윤락행위까지 시키고 있다.
지난 25일 전북 군산시는 올들어 삐삐걸을 두고 불법영업을 하던 노래방 업주 30명을 적발, 이가운데 2명 구속, 28명 불구속됐다고 밝혔다.
또 군산 지역에 있는 노래방 171개소 가운데 상당수가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내고 미성년자, 특히 중-고생까지 접대부로 고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성년 접대부들은 술시중을 든 뒤 봉사료 명목으로 1인당 3만∼5만원을 받고 있으며 10만∼25만원에 윤락행위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 유흥업소에 불법으로 고용된 미성년 접대부들은 보건당국으로부터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과 성병검사를 전혀 받지 않고 있어 질병의 온상까지 되고 있다.
유흥업소를 관리-감독하는 한 관계자는 "노래방 등에서 미성년자를 고용해 불법영업을 일삼고 있지만 단속을 나갔을 때 대기실이 비어있는데다 점조직 형태로 고용을 하기 때문에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문명의 이기（利器）인 무선호출기는 이제 미성년자 윤락의 도구로 전락한 셈이다.
마치 다이너마이트가 인류의 멸망을 재촉하는 살인무기로 둔갑한 것처럼.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