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취객 남녀 낯뜨거운 밀실데이트
기사입력 1999년 03월 25일 14시 14분
`탈선의 온상인가, 문화향유의 공간인가.'
지난 20일 비디오방의 영업시간 철폐가 있은뒤 24시간 개방에 따른 청소년 탈선의 우려 목소리가 높다.
지난 24일 새벽 1시 20분쯤, 비디오방이 밀집한 서울 신촌 대학가의 A 비디오방.
자정이 훨씬 넘었지만 10여개의 방은 거의가 꽉 차있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 커플이 들어간 3평 남짓한 비디오방에서는 야한 괴성이 흘러나오는 외국산 포르노 비디오가 한창 방영되고 있었다.
룸살롱식 안락소퍼가 갖춰진 시청감상실의 내부는 온갖 비디오 포스터로 뒤덮여 옆방과는 차단돼 있는 상태.
간혹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와 비디오에서 나오는 괴성만이 들릴 뿐.
"술을 깨기 위해서 비디오방을 잠깐 들렀다"는 이들 커플은 좀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심야시간대의 비디오방은 대개 이런 취객들이 몰려들어 꼭 껴안은 채 뜨거운 키스를 퍼부어대는 모습을 보기 어렵지 않다.
업주 L모씨는 "모든 곳을 다 퇴폐향략업소로 보는 것은 편견"이라면서 "마땅히 쉴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휴식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L씨는 또 "여관이나 모텔같은 숙박업소가 아닌 이상, 탈선이 이뤄질 리가 있느냐"는 입장이다.
비디오방이 더 이상 탈선과 퇴폐를 조장하는 `유해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또다른 비디오방의 밀집지역인 강남 압구정동 일대.
18세 미만 미성년자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는 업소는 별로 없다.
비디오방 옆에서 24시간 체인점을 하는 M모씨（45）는 "남녀 커플들이 밤늦게 몰려다니는 게 이상할 것은 없지만 가끔 가다가 꼴불견의 커플이 눈에 띄기도 한다"면서 "자식키우는 사람으로서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몰래카메라가 성행하는 곳이 비디오방이라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몰염치한 비디오 유통업자들 가운데는 비디오방의 어디엔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해놓고 고객의 `음란한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 판매하고 있기 때문.
일선 경찰은 영업시간 규제철폐와 관련, 자칫 청소년들의 탈선행위가 발견되면 새로 제정된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청소년 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위반하는 즉시 폐쇄조치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하지만 청소년 전문가들은 "단속보다는 예방이 우선"이라며 "청소년유해환경 감시단같은 자율단체의 활동이 그 어느때보다 기대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