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김영철-'기술보다 중요한 고객서비스'
기사입력 1999년 03월 25일 14시 14분
요즘엔 어떤 상품을 구입해도 그 상품을 설명하는 설명서가 따라온다.
자동차, 가전제품, 약, 장난감, 전자제품 등등 글을 모르면 상품도 쓰지 못할 지경이다.
그런데 문제는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도 이 설명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데 있다.
설명서가 제대로 편집되어 있지 못한 까닭이다.
특히 전자제품의 설명서는 몇번 읽어도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제품설명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품을 외국어 발음대로 적어놓고 설명 부분은 `제어(制御)장치'같은 어려운 한자어를 써놓았다.
전화기의 설명서에는 `단축' `전환' `프로그램' `거부/착신 변환' `스피커' `송화차단' `VOL' `RING' `리다이얼'이란 단어를 나열해 놓고 있다.
이런 단어를 보고 단추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아마 학위가 있어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누가 한번만 설명해주면 다음부터는 그저 단추를 누르도록 만든 편리한 제품인데도, 막상 기계의 작동을 설명한 문장들은 아무리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제품개발에만 힘을 썼지 그 제품을 쉽게 이해하고 작동하도록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기술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좋은 설명서는 좋은 애프터서비스에 해당한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개발했다해도 그 상품의 사용방법을 몰라 사용을 하지 못한다면 그 상품은 실패작이 될 수밖에 없다.
설명서를 알기 쉽게 쓰는 것도 사실 쉽지는 않으리라.
만드는 사람, 작동할 줄 아는 사람, 설명서를 쓰는 사람이 제각기 다 다르니 소비자가 가장 활용하기 쉽도록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외국에선 이런 설명서만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전문회사가 있다.
직접 시연해 보고 소비자가 사용법을 알기 쉽도록 쉬운 말로 정확한 설명서를 만든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핑계로 자체 해결을 하다보니 설명서가 아니라 암호해독문이 되고 말았다.
최첨단 기술도 좋지만 작은 것에도 신경 쓰는 마음, 끝마무리를 공고히 하는 치밀함, 정성스런 애프터 서비스, 그것이야말로 소비자가 더 소원하는 바가 아닐까.
[마리끌레르, 바자, 에스콰이어 메종 그룹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