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나래의 씁쓸한 '감독경질' 해프닝
기사입력 1999년 03월 25일 13시 57분
지난해 5월28일 밤. 서울 역삼동 나래빌딩 7층 나래 농구단 사무실.
전화벨 소리가 빗발쳤다.
`허 재와 정인교의 맞트레이드가 확정됐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사실 여부를 물었을 때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음성은 단호했다.
"아닙니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직원의 바로 옆자리는 이튿날 기자회견장에서 돌릴 트레이드 관련 보도자료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선 정인교가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면 물갈이'로 불리는 나래 회오리가 잠잠해진 지난해 가을.
나래 이홍선 사장과 최형길 사무국장, 그리고 경희대 최부영 감독이 서울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 저녁을 함께 했다.
"저희 팀을 부탁드립니다." "아직 학교에서 정리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시간을 주십시오."
3인회동은 이후에도 두차례나 이어졌다.
그러나 매번 최감독의 `대망론'에 밀려 일이 뒤틀렸다.
올시즌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나래는 플레이오프 1회전을 눈앞에 두고 다시 태풍에 휘말렸다.
최부영 감독이 시즌 종료와 함께 나래의 지휘봉을 잡는다는 보도가 난 것.
자칫 큰일을 앞둔 현 코칭스태프에게 충격을 줄 수 있었고 그 여파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나래 구단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LG와의 플레이오프 1회전에서 2연승을 거둔 뒤인 지난 23일에야 보도자료를 돌렸다.
"항간에 나도는 감독경질설은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만약 나래가 초반 2연패（連敗）에 몰렸다면 보도자료엔 어떤 내용이 실렸을까.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