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환의 골목뉴스] 제목바꿔 성공한 작품 많아
기사입력 1999년 03월 24일 15시 06분
신선하면서 듣기만 해도 느낌이 팍 오는 단어찾기. 책 제목 정하기란 늘 만만치 않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주제를 응축하고 있으면서도, 그 시대 독자의 관심을 끌만한 낱말은 이성이나 지식보다 감각과 느낌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독자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작품 가운데 작가가 정한 제목이 편집자에 의해 바뀐 경우가 많다.
권당 18만부, 총 200만부나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박산하의 `진짜사나이'도 그중 하나다. 처음 작가가 정한 제목은 `자유시대'였다.
92년 `아이큐 점프'에 연재를 시작할 무렵에는 학원 폭력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스토리 전개상 항상 주제를 생각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진짜사나이'였다.
하지만 작가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대에 맞지 않게 촌스럽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끈질긴 설득 끝에 `제목이란 작품이 성공하고 나면 좋아보이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처럼 작가와의 협의와 줄다리기 속에 제목을 변경해 성공한 작품들도 많다. 한때 일본만화 `드래곤볼'의 인기마저 누른 이충호의 `마이러브(하늘 소년)'와 고행석의 `전설의 야구왕(창과 방패)', 오수의 `천재들의 합창(마초와 미조)' 등이 그렇다.
반대로 작가와 편집자가 처음부터 일치, 인기를 예감하는 경우도 있다. 김지원의 `고교4년생', 강주배의 `덤비지 마라', 최근 최고의 유행어가 된 이본토의 `왕따'가 그랬다.
간결하면서도 쉽고, 그 의미가 분명하면서도 상징성 있는 제목 정하기. 그것은 독자와 작가 모두에게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엔 일본만화처럼 영어를 사용하는 제목이 늘고 있다. 미국에 대한 경외심과 동경이 축적되어 나타난 것이다. 우리도 한번쯤 영어 제목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